피플앤토크 | 패션 디자이너 / 고샤 루브친스키 2017-08-10

유쾌한 청년 반란 "국제적으로 말하고 싶다. 그러나 러시아발 유스 컬처로"

2017년 패션 풍향계는 러시아와 구 소비에트 공화국 출신의 창의적인 젊은 세대를 향하고 있다.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와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러시아발 유스컬처'를 선보이며, 서브 컬처를 가치있는 주류 문화로 승격시키는 청년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


 


이 시대 청춘들은 과거의 향수와 추억, 그리고 미래에 대한 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하는 '유스(Youth) 컬처'에 열광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함께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이란 이상에 가까운 것이 되었기 때문일까.


평범함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을 추구하는 아웃사이더 청춘들은 스트리트 속에서 '힙스터리즘' 이라는 스타일 혁명을 이끌어 냈다. 젊은이들은 비주류 패션을 통해 유쾌한 반란을 꿈꾸며 자신들을 표출하고 이에 짜릿한 매력을 느낀다.


특히 '제2의 러시아 혁명'이라 불릴만큼 최근 패션계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반항적인 '러시아 무드'에 열광하고 있다. 잘못 늘어난 듯한 의상, 90년대의 향기가 느껴지는 스웨트셔츠, 큼지막한 로고, 생소한 러시아어의 레터링 등이 80-90년대 러시아 거리의 뒷골목 청년들이 입었을법한 스트리트 웨어들이 전세계 스트리트에서 자주 목격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지금 2017년 패션 풍향계는 러시아와 구 소비에트 공화국(조지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를 포함) 출신의 창의적인 젊은 세대를 향하고 있다. 청년 반란의 러시아 대표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와 「베트멍」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유스 컬처 트렌드를 부활시킨 러시아 청춘들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이 두 디자이너가 주류 패션계와는 거리가 먼 구소련 출신이자 대학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과거 러시아 혁명으로 독재 속에 고통받았던 이들은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반항적인 기류의 문화를 생성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이러한 문화적 격동기가 키워낸 두 디자이너는 일종의 반사회주의 에너지를 패션에 적극 반영했다.


구소련의 해체를 경험한 이들은 과장된 후디, 커다란 패딩 재킷, 그리고 예술적으로 재구성된 데님 등 해체와 변주를 통해 만들어진 아웃피트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으며, 자신들만의 법칙으로 만들어진 서브컬처(Sub Cuture)를 주류문화(Main Cuture)보다 더 가치 있는 문화로 승격시키는 혁명을 이뤄냈다.


충격적이고 신선한 것을 갈망하는 최근 패션계에 비주류 '러시아 무드'로 그들만의 정체성을 반영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진 = 좌측부터 뎀나 바잘리아 / '꼼데가르송' 총괄 디렉터 아드리안 조프 / 고샤 루브친스키


뎀나 바잘리아가 2104년 론칭한 브랜드 「베트멍」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창조적인 혁신을 통해 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메이저 브랜드로 초고속 성장했다. 특히 「베트멍」의 중심에는 청춘의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뎀나 바잘리아의 해체주의적 의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항공 재킷, 둘쭉날쭉 헴라인 청바지, 땅에 끌릴것 같은 소매 등 권위적인 아이템의 해체를 통한 기발한 스트리트 아이템을 생산해 젊음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뎀나 바잘리아는 삶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다양한 슬로건, 로고를 활용해 「베트멍」의 시그니처 후디를 탄생시켰다. 


2016년 S/S 「베트멍」 컬렉션에 고샤 루브친스키가 런웨이에서 오프닝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는데, 고샤 루브친스키는 그 시즌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DHL(일명 택배) 슬로건 후디를 입고 나와 순식간에 매진 사태를 일으켰다. DHL 로고만 봐도 그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고샤는 러시아어가 적힌 후디 톱과 볼캡,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접목한 90년대 유스컬처의 선봉에 선 채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고급화되지 않은 비주류 스트리트 문화가 하이엔드 럭셔리에 침투해 창의적인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 '베트멍' 2016 S/S 컬렉션 런웨이 무대에 오른 고샤 루브친스키

 
현재 패션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 겸 영화 제작자인 고샤 루브친스키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985년 출생했다.


자신과 자신의 브랜드를 "young Russian man" 이 세가지 단어로 표현할 만큼 고샤 루브친스키의 영감의 원천은 오로지 러시아 였다. 그는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1990년대 '포스트 소비에트(Post-Soviet) 시절'의 향수를 고스란히 담은 스트리트 의류를 선보이며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1991년 소련 해체 후를 뜻하는 '포스트 소비에트' 시절, 90년대 러시아는 혼란기에 중심에 있었다. 당시 모스크바는 새로 유입된 외국 음악과 예술, 약물, 스킨헤드족 등 정제되지 않은 거친 하위문화에 열광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구소련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고, 90년대 초 모스크바는 문화적 격동기 시절을 겪었어요."라며 “하지만 신선한 팝과 록 뮤직, 놀라운 TV와 잡지, 클럽 문화,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 새로운 문화로 넘쳐 났습니다. 엄청난 열정과 열기로 가득했어요. 저는 어렸고 학생이었지만, 모든 것이 제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라고 변화무쌍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또 "뭔지 모를 강렬한 감정과 향수를 느꼈어요. 젊음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아련한 감정은 제가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유죠." 라고 말했다.

 

↑사진 = '고샤 루브친스키' 2009 S/S 컬렉션

 

고샤 루브친스키는 모스크바에, 뎀나 바잘리아는 조지아에, 둘은 서로 다른 지역에 있었지만 같은 유혈사태를 경험했다. 소련붕괴와 함께 문화적 혼란기가 키워낸 러시아의 키즈들, 고샤와 뎀나는 일종의 반사회주의 에너지와 해체주의적 감성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패션에 적절히 스며들게 했다.


고샤 루브친스키는 대학을 졸업한 후 2008년, 모스크바 교외 갱들의 트랙수트, 티셔츠 등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다. 그 당시에 모스크바에서 볼수 없었던 이상적인 '포스트 소비에트 유스 스타일'을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러시아 여러 곳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영감을 받아 첫 컬렉션을 발표했을 정도로 브랜드에 스트리트 정신을 적극 반영한다. 그의 컬렉션은 러시아 문화, 스케이트보드가 합쳐진 반항적인 기류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사진 = '고샤 루브스키' 2012 F/W 컬렉션


"국제적으로 말하고 싶다. 그러나 러시아 액센트로" 라고 말하는 고샤 루브친스키, 그는 브랜드 로고도 생소한 러시아어 'ГОША РУБЧИНСКИЙ' 로 만들 만큼 90년대 러시아 키드 문화를 현대 트렌드에 담아내고 있다. 러시아 예술, 역사, 축구,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90년대 소비에트 연방 이후 시대의 인스피레이션이 반영된 반항적 그래픽으로 전세계적인 향수를 일으킨 그는 20-30대 청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다.


특히 고샤의 남다른 스케이드보드 사랑은 그의 친구이자 뮤즈인 프로 스케이트 보더 '트리아 티타에부(Tolia Titaev)'와 함께 지난해 새롭게 런칭한 「라스벳(PACCBET)」라는 스케이트보드 어패럴 브랜드를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어로 새벽 이라는 뜻의 'PACCBET'는 러시아의 젊은 세대들의 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유스컬처와 스트리트를 적절하게 섞은 후드와 티셔츠, 캡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사진 = '고샤 루브친스키' 2016 F/W 컬렉션

 

고샤 루브친스키의 잠재성과 감각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Kawakubo Rei)'였다. 일본 브랜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의 레이 가와쿠보는 그에게 경제적인 지원과 브랜드 협업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10년 처름, 「꼼데가르송」이 전개하는 편집샵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 전 세계 매장에 그의 옷이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러시아발 유스컬처'가 세계 주류 패션엔 화려하게 등장한 순간이었다.


고샤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2015년 선보인 「타미 힐피거」 플래그를 도용한 스웨트셔츠였다. 진짜 제품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러시아의 가짜 스웨셔츠를 카피한 것이었다.


그는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브랜드들의 짝퉁 제품을 가장 러시아다운 스타일로 선보이며 큼지막한 로고를 부활시켰다. 촌스럽게만 여겨졌던 큼지막한 로고 플레이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사진 = 좌측부터 '고샤 루브친스키' 2015 F/W, 2017 S/S, 2017 F/W, 2017 F/W 컬렉션


그는 「슈프림」, 「반스」, 「카파」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 하기도 했으며, 이어 2017 봄여름 시즌엔 「휠라」 로고를, 2017 가을겨울 시즌은 「아디다스」의 삼선 로고를 활용해 자신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2017년 로고 플레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복고 바람을 타고 전세계 스트리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브랜드가 협업해 함께 로고를 노출하거나, 패션기업이 아닌 다른 영역의 기업 로고를 빌려오기도 하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


명성과 권위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스트리트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새시대에 걸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것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도 고샤 루브친스키와 손잡고 2018 S/S 컬렉션 런웨이를 통해 콜라보레이션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사진 = '고샤 루브친스키 X 버버리' 2018 S/S 컬렉션


이번 협업을 통해 「버버리」를 대표하는 트렌치코트와 칼라 부분에 체크 트리밍이 들어간 해링턴 재킷, 체크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 등을 새롭게 해석한 총 8개의 남성복 제품을 선보였다.


고샤 루부친스키는 클래식한 브리티시 스타일의 전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온 「버버리」를 시대를 현대적인 스트릿웨어와 믹스해 시대를 초월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과거의 향수를 가장 현대적인 스트리트 웨어로 이끌어내는데 능한 고샤와 「버버리」 의 만남이 또 한번 세계 무대에 큰 영향을 몰고올지 이목을 끌고있다.


이제 고샤 루브친스키는 비주류 러시아 문화를 하이엔드 주류 패션으로 탈바꿈 시킴과 동시에 힙한 젊은 소비자들의 리얼 패션을 런웨이에 선보이며 현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20-30대 청년들을 대변하며 전세계를 휘어잡은 러시아 대표 '고샤 루브친스키'와 '뎀나 즈바살리아'의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패션엔 장지혜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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