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5-07-20

[리뷰]기발하고 유쾌하다! 헨릭 빕스코브와 즐기고 놀자

멋진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가? 눈에 띄는 기발한 구성으로 파리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알리고 있는 덴마크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헨릭 빕스코브! 이번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헨릭 빕스코브의 아시아 최대 전시를 통해 창작의 원천과 그것이 패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발전과정을 찾아보았다.






Henrik Vibskov-Fabricate

 

 

"나는 매우 직관적으로 작업을 한다. 나의 디자인은 나의 개성을 반영하고 있고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다. 예를 들면 드럼 연주 같은 것. 내 삶의 태도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매우 느긋하다. 나는 사람들이 미소 짖도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헨리 빕스코브의 말 중에서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패션 뉴웨이브를 주도하는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헨릭 빕스코브의 창의적인 패션 예술을 만나기 위해 전시가 열리는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보도 자료를 통해 대림미술관에서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 전시를 한다는 소식과 그가 헨릭 빕스코브라는 사실은 그간 대림이 보여준 행보로 젊음과 위트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헨릭 빕스코브: 패션과 예술,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Henrik Vibskov-Fabricate)>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멀티크리에이터 헨릭 빕스코브의 자유분방하면서도 밀도 높은 창작의 세계로 초대한다. “패션은 예술, 음악, 퍼포먼스 등과 같은 나의 모든 관심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좋은 우산과 같다. 여러 가지 물성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표현 방식을 지금까지 런웨이에서 펼쳐 보였고, 이를 전시 공간에 맞게 재연출했다그의 창작 활동은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헨릭 빕스코브의 스타일을 만든다.


 

"사람들을 미소 짓도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헨리 빕스코브는 과감한 프린트와 텍스처의 결합으로 일상에 위트를 더하고싶은 몽상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디자인 방식에 결코 한계를 두지 않는 헨릭 빕스코브는 창조가 주는 끊임없는 자극을 그저 흘러 가는대로 맡기며 종착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즐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느닷없는 사건과 마주하는 삶과 닮아있는 그의 패션 세계는 클래식한 셔츠와 슈트 속에서 위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이질적인 소재와 내러티브를 담은 프린트의 믹스를 통한 의외성으로 일상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낙천주의자들을 위한 옷을 제안한다.

 

헨릭 빕스코브는 1972년 덴마크 유틑란트 반도의 교외에서 자랐다. 그의 전시를 보면 어린 시절 그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꿈과 상상의 세계를 만들며 자랐음이 짐작할 수 있다. 그10대에 댄스 대회에서 입상했으며, 여느 춤꾼들처럼 음악에도 심취해 8장의 음반을 발매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며 현재까지도 일렉트로닉 밴드 트렌트모러의 드러머로 활동하는 뮤지션이다. 영화, 음악, 사진을 넘나드는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가 창조라는 작업을 얼마나 즐기는지, 그리고 그 모든 도전을 어떻게 기꺼이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그가 왜 디자이너기보다 아티스트로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영국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패션 스쿨을 졸업한 헨릭 빕스코브는 졸업 작품이 덴마크 국영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촉망받는 라이징 스타였다. 졸업 후에 바로 파리 컬렉션에 데뷔할 만큼 뛰어난 감각을 인정받았으며, 2003년 첫 컬렉션을 선보인 이래 매년 형식을 파괴하는 패션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만화적인 모양과 실루엣의 가슴 조형물로 에덴동산을 연출한 빅 웨스트 샤이니 부비즈라는 테마의 2007 /여름 컬렉션은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컬렉션이다.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늘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그는 패션 뿐 아니라 사진,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방면으로 패션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위트를 더한 그의 미학은 두말할 나위없이 매력적이다. 헨릭 빕스코브는 자유롭고 굉장히 재밌고 과감하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 어떠한 한계를 두지 않고 표현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마치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았던 우리의 유년 시절과 닮아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의 작품과 스케치는 마치 어린이들의 놀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한계를 두지 않고 진정한 의미에서 패션과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도전을 기꺼이 즐긴다는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가 대중과의 소통이 가능할 때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안에서도 그의 디자인은 동시대적이다. 그래서 지금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은 현대인의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는 이 전시는 한낮의 무더위를 잊게 할 만큼 상쾌하다.

 


1층에서 표를 끊고 2층으로 올라가면 입구 왼쪽 작은 방에 노란색과 흰색의 커다란 회전체 작품 멈스파이럴(M’umspiral)이 공간을 장악하듯 설치돼 있다. 작품에서 오는 운동감은 작은 공간에 큰 울림을 준다. 이어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그의 최근 컬렉션 더 핫 스프레이 이스케이프(The hot spray escape)’라는 테마의 2016 /여름 컬렉션을 마주하게 된다 .생존에 대한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은 수많은 텐트와 몸을 만드는 사람들, 생존하기 위한 극단적인 행동들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텐트를 움직이는 보디빌더들과 근육을 닮은 선인장 파충류들, 사막, 신기루등을 이용한 패턴들, 변형된 슈트를 목격하게 된다. 방어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완벽하게 몸을 가리는 옷들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치열한 생존 속에서도 유머를 간직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을 이동하면 그의 대표적인 컬렉션 'The Big Wet Shiny Boobies S/S 2007 Collection’에 등장하는 둥둥 떠 있는 가슴들로 인해 놀란 마음을 웃음으로 바꾸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 가슴 조형물들이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건 우스꽝스럽게 변형되어 마치 둥둥 떠 있는 환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가슴을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화 같고 우스꽝스러운 가슴들이 둥둥 떠 있고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에서 나온 아기, 여자, 남자, 핑크, 남자 그리고 그 속에서 필시 꿈을 꾸며 누워 있을 거리에서 만날법한 청춘 차림의 모델들. 엄마의 젖가슴이든 남성의 판타지든 간에 헨릭의 가슴은 유모와 상상을 자극한다. 뻔뻔한 일러스트들과 괴짜 같지만 외설스럽지 않은 가슴 컬렉션은 헨릭 빕스코브에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컬렉션으로 그의 디자인 세계를 대변하는 컬렉션 중 하나다.



그리고 한 벽면을 채운 사진들은 기록의 가치와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한다. 자 형태로 전시된 옷들은 매장의 벽면을 채운 새로운 VMD 처럼 트렌디하면서 동시에 어느집에서 본 듯한 옷장 같다. 그 속에는 옷에 대한 사랑과 따뜻함과 유머러스 취향을 갖고 있는 어떤 인물을 상상하게 된다.

 

3층 공간으로 떠나면 헨릭 빕스코브의 방대한 이미지들과 작업과정을 마주할 수 있다. 그의 머릿 속을 여행하는 것처럼 그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되고 표현되는지, 기록된 사진들과 스케치를 통해 다양한 아트 워크와 패션에 대한 접근 방식을 날 것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아티스트로서의 설치 작품으로 이어지는데, 이 역시 관심의 중심은 신체에 있다. '더 시티프 넥 체임버(the stiff neck chamber 2013 A/W Collection)' 의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된 디자인 여정은 과테말라의 연날리기 의식과 컨베이어에 매달린 닭의 죽음들로 유영하며 동화적인 플라밍고 이미지로 전환된다. ‘스티프 넥(stiff neck)’의 중의적인 의미는 전시장에서 확인하길.


 

4층 공간은 가장 몽환적인 공간으로, 민트의 이미지를 오감으로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컬렉션을 재연한다. 민트 향이 가득한 전시장 안에 풍선처럼 부풀려진 30길이의 민트 색 구조물이 설치돼 있고, 민트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공간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서는 민트라는 주제 아래 후각과 미각이라는 요소를 패션 쇼에 최초로 적용시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던 2008년 가을/겨울 컬렉션 동영상을 대형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마치 거대한 혓속 돌기들이 민트를 맛보는 듯한 컬렉션 공간은 어떤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최대치의 모든 것들을 공감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실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의 작품은 늘 이야기가 있다,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한다. 동화 따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쿨한 도시인일지라도 그가 만든 수 많은 가슴 조형물에 머리와는 달리 이미 눈길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이내 이 덴마크 디자이너가 패션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궁금해 질 것이다. 그는 인간의 근원적인 관심인 죽음여자남자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그리며 삶에 있어 필수적인 옷으로 표현한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옷을 매개로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위트라면 말이다!

 

이번 헨릭 빕스코브 서울 전시를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옷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실험을 졸업 컬렉션에서 원 없이 해보라고 늘 말하곤 하는데 백마디 말보다 이렇게 사고가 흘러가는 과정과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목격한다는 것은 얼마나 명확한 교육인가 싶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입장 할 때 보았던 1층 벽면의 대형 연필 모양의 설치 작품이 다시 한 번 눈길을 끈다. 뉴욕 현대미술관 PS1, 파리 팔레 드 도쿄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한 헨릭 빕스코브는 최근 오페라와 발레의 무대와 코스튬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활동의 폭을 무한히 넓혀가고 있다. 전시 입장료는 5000원이며, 오는 1221까지 열린다(문의 전화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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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림미술관>

 

<참조: 디자이너의 패션북 중 (히웰 데이비스저 박지호 역 /1984 )>

 

글 이주영 편집위원

nanju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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