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20-04-14

마스크 팬데믹의 양면성...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컨템포러리 패션 미학

코로나19 팬더믹이 불러온 혼란과 공포, 두려움을 한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마스크가 아닐까? 컨템포러리 패션미학으로 발전하는 마스크 팬데믹의 양면성을 살펴본다.


               


아주 먼 미래의 후손들은 서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이켜 볼 때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전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이나 약국, 마트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마스크 몇개 사기위해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려야 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코로나19 초기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 선 우리나라 풍경을 보고 서구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보도하고, 마스크를 낀 동양인들이 유럽에서 수모를 당하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진 외에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까지 했다.



▶ 두려움의 상징? 마스크 쟁탈전



그동안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뒤늦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권고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은 웃돈을 주고 중간에 마스크를 가로채고 빼돌리는 대륙간 마스크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의료용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해 간호사들은 시위까지 벌이는 등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마스크 펜데믹 현상이 동시 패션으로 일어났다.



↑사진 = 이방카 트럼프는 딸 아라벨라와 함께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39)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딸 아라벨라 쿠슈너(9)와 함께 마스크를 쓴 사진을 올리며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를 사용하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를 지키자”고 썼다. 또 “온라인에서 마스크 만드는 법을 찾을 수 있다”며 자신 역시 딸과 서로 마스크를 만들어 줬다고 밝혔다.



↑사진 = 미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0)도 지난 10일 트위터에 마스크 쓴 사진을 올렸다. 멜라니아 여사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힘들 때 공공장소에서 천으로 된 얼굴 가리개를 쓰도록 권고한다”면서 직접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다가오는 공포에 대한 두려움, 재난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무기력,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생존 본능을 상징하는 마스크는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아바타가 되었다.

    

18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막는 의료 기능과 침묵을 의미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었다. 서양에서는 안대나 할로윈 데이 때 착용하는 가면과 달리 입과 코를 덥는 안면 마스크는 오랫동안 다소 부정적 상징으로 인식되었으며 터부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마스크는 질병과 오염으로부터의 안전과 보호뿐 아니라 연대, 시위, 인종 차별, 패션 트렌드를 대표했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너19 펜데믹의 상징이 되었다.


패션 미학적으로 마스크는 얼굴을 숨기는 기능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 소통과 단합의 표시이기도 하다. 끈으로 고정한 작은 거즈 사각형 마스크가 패션계에 가져온 파장에 대해 살펴본다.

 


일회용 의료 얼굴 마스크의 역사

 

마스크의 시초는 1세기에 로마 광부들이 납 산화 먼지를 흡입하지 않기 위해서 쓴 동물 방광으로 만든 방진 마스크였고 16세기에 이 방진마스크는 화학무기의 독성 물질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천을 사용했다. 즉 코로나19 펜데믹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들이 입는 의료보호장비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개발한 화학무기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한 마스크에 이어 1848년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최초의 방진/방독 마시크가 장착된 하스렛 러그 보호기는 단방향 벨브와 젖은 양모로 먼저를 걸러냈다. 컵 모양으로 개발된 공기정화 마스크는 1970년대까지 사용되었다.

 


요즘 사람들이 착용하는 천 마스크와 일화용 의료 마스크와 비슷한 형태는 19세기 말 처음 등장했다. 공기 중의 박테리아가 오픈된 상처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술하는 동안 의사들이 착용하는 보호 수단이었다.


이후 1910년 중국 당국이 폐 페스트 확산을 막기위해 마스크 착용을 장려하면서 의료 현대화의 상징이 되었다. 마스크는 병균을 예방하는 기능과 함께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마인드를 가지도록 변화시키는 두가지 역할을 했다.

 


8년 후 마스크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무려 5천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에 대한 보호 장비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당시 패셔너블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의 그림에서도 마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마스크는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1차 세계대전후 마스크 사용은 점점 미미해졌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었다. 중국에서 마스크는 커뮤니티를 위한 보살핌과 시민의식을 상징했고, 심지어 중국 공산당의 공중 보건 캠페인에도 이용되었다.

 


이후 지난 2002년에 사스 전염병이 발생했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과 시민 의무를 표시하는 상징성과 함께 중국, 홍콩, 동남아시아, 한국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다시 유행했다.


마스크는 환자가 갱들이 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웃에게 재채기로 인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마스크 착용은 일종의 배려이자 예의였다.

 


이와 함께 환경 오염, 기후 변화, 대기질 등에 대한 인식이 주목받으면서 마스크의 역할도 바뀌게 되었다. 바로 도심의 미세 먼지를 막아주는 간편한 에어 필터이자 기후 변화로 인한 미래의 재앙을 미리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인도의 뭄바이, 중국 베이징,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뿐 아니라 최근 호주에서 대형 산불이 났을 때도 마스크는 생활 필수템이 되었다.

 


마스크, 컨템포러리 트렌드로 부상

 

사실 패션이 마스크에 주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늘 그랬듯이 정체성을 나타내는 아이템이 기회를 감지할 때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행한다.


중국 스포츠웨어 치아오단의 디자이너 인펑은 지난 2014년 차이나패션위크 런웨이에서 마스크를 선보였다. 미세 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였다. 파리에서 패션쇼를 선보인 중국 디자이너 마샤 마는 2015 /여름 컬렉션을 통해 스와롭스키로 장식한 럭셔리 마스크도 선보였다.

 


↑사진 = 파리에서 선보인 중국 디자이너 마샤 마의 2015 봄/여름 컬렉션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래퍼 형제 듀오 아요 & 테오는 창조적인 아이덴터티를 표현했다. 그들은 음악 잡지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랩을 하는 자신들의 표정을 보고 놀렸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지금은 자신들만의 시그너처 액세서리가 되었다고 밝혔다.


미국 가수 퓨처와 그의 딸은 2017 BET 어워즈의 '마스크 오프' 공연에서도 정교한 보석이 박혀있는 마스크 룩을 함께 착용했다.



지난 3년 동안 오프-화이트, 팜 엔젤스, 베이프, 펜디 등의 브랜드들은 디자이너 마스크를 선보였다. 구찌는 2020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하는 미국의 팝 가수 빌리 아일리시에게 옷을 협찬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독특한 룩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 = 미국 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마스크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구찌룩을 입고 있다.


이제 셀러브리티들은 비행기 내부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한 셀카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벨라 하디드는 화보 촬영을 위해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페도라와 스카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네스 팰트로는 파리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블랙 네멘 X 에어리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샤넬쇼의 한 관객은 브랜드의 상징인 하얀 동백나무 꽃으로 장식한 마스크를 착용했고 펜디에서는 더블 F 마스크도 착용했다.

  

↑사진 = 비행기 안에서 네멘 X 에어리넘 마스크를 기네스 펠트로



↑사진 = 최근 샤넬쇼에서 브랜드 상징인 동백나무 꽃이 장식된 마스크를 착용한 관람객

 


침묵 시위 등 저항의 상징, 마스크


가장 최근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도 마스크 패션이 주목을 받았다. 마스크(특히 블랙 마스크)는 침묵 시위라는 정치적인 표현일 뿐 아니라 폐쇄회로 TV 카메라루부터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결국 마스크는 반정부 시위를 통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자 중국 정부는 마스크 착용 금지를 시도했고 결국 저항의 상징으로 이미지가 더 격상되었다.

 

그러나 마스크가 아시아 문화에 너무 깊이 뿌리 박혀있기 때문에 서양인들은 종종 마스크를 인종차별적 요소로 역이용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뉴욕타임즈는 뉴욕의 코로나19 발병 기사를 다루면서 마스크를 쓴 아시아인 사진을 인용해 인종차별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이후 사진은 교체되었다.

 



눈 가리기와 입 가리기의 차이

 

사람의 얼굴과 표현에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자신의 일부분을 감추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불안과 소외감을 줄 수 있다.


보통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불리지만 입은 감정에 대한 중요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입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입을 가리는 것은 서양인들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사진 = 마린 세레의 2020 가을/겨울 컬렉션

 

디자이너 마린 세레는 지난 2월 말 파리패션위크에서 스웨덴 회사 에어리눔과 손잡고 마스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으며 이후 전문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대거 생겨났다.

 

그녀는 "과거 패션쇼에서 마스크를 쓰면 관객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은 점점 더 마스크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마스크 팬데믹의 양면성

 

어쩌면 마스크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 때문에 핫 트렌드로 부상하는 것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마스크를 꺼려했던 미국과 유럽에서도 건강한 사람도 착용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어 마스크의 패션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스크는 기후 변화  이로인한 미세 먼지 시대를 대변하는 불안한 주제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fashionn.com


Related

News Ranking

  • Latest
  • Popular
  1. 1. 이해리, 강민경과 홍콩으로 훌쩍! 재킷과 후드 신난 투샷 커플 여행룩
  2. 2. 이준호, 나른한 뉴욕 뷰! 여심 홀리는 쇼츠&카디건 아메리칸 올드머니룩
  3. 3. 정유미, 가죽 재킷의 봄 멋녀! 데님과 가죽 재킷 꾸안꾸 동네 산책룩
  4. 4. [패션엔 포토] ‘송혜교 절친’ 최희서, 남심 울릴 심쿵 미소! 스카프 타이 댄디 슈트룩
  5. 5. [패션엔 포토] 이정현, 44세 맞아? 화사한 트위드룩 시사회 나들이 '꽃미모 활짝'
  6. 6. 박시은, 안경으로 확 바뀐 얼굴! 더 어려진 블루종 집업 나들이룩
  7. 7. 안은진, 봄 뭐 입지? 셀렙샵에서 입어본 하나같이 예쁜 봄 오피스룩
  8. 8. 채시라, 리즈 시절과 함께! 50대의 품격과 멋 제대로 블랙 파워슈트룩
  9. 9. [패션엔 포토] 조유리, 단아한 며느리룩 외출! 블랙앤화이트 슈트 시사회 나들이룩
  10. 10. [패션엔 포토] 블랙핑크 지수, 니트와 비니! 턱잇 스타일링 편하고 힙한 입국패션

Style photo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