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9-08-28

"유능한 현대 여성상" 피비 필로의 디자인 미학을 잇는 9명의 후예들

유능한 현대 여성상을 대변한 피비 필로의 셀린느 시절 디자인 미학은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녀의 디자인 미학을 계승하고 있는 한국계 디자이너 록 황과 유니 안 등 9명의 후예들을 소개한다.


 


오늘날 패션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피비 필로(Phoebe Philo)는 유능한 현대 여성상을 대변하는 셀린느 미학으로 전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2008년 LVMH 그룹 산하의 셀린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피비 필로는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의 황금비율로 올드했던 셀린느를 젊게 변화시키며 '전세계 여성들이 가장 입고 싶은 워너비 브랜드 1위'로 명성을 재건하며 10년 동안 유례없는 황금기를 누렸다.


현대 여성들이 꿈꾸는 여성상에 가장 근접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옷, 추상적인 옷보다 현실적인 옷을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 메시지는 피스 하나 하나에 고스란히 녹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피비 필로가 쌓아올린, 유능한 현대 여성상을 대변하는 디자인 미학은 셀린느와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피비 필로는 지난 2018년 3월  2018 가을/겨울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돌연 작별을 고해 세계 패션계는 깜짝 놀라게 했다.



 피비 필로에 이어 부임한 에디 슬리만의 셀린느 첫 데뷔작을 본 셀린느 매니아들은 "피비 필로의 셀린느(Céline)는 죽었다"고 평가하며 아쉬워했다.


첫 데뷔작에서 혹평을 받은  에디 슬리만은 다행이 두번째 2019 가을/겨울 셀린느 컬렉션에서 70년대 부르조아 프렌치걸의 다양한 럭셔리 스테이플을 선보여 기존 셀린느 매니아의 니즈를 대폭 수용하는 전략을 발휘했다.


영국 출신의 피비 필로는 1997년 센트럴 세인트마틴 동문이자 친구인 스텔라 맥카트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클로에에 입사해 핵심 어시스턴트로 패션 일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2001년 스텔라 맥카트니가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기 위해 클로에를 떠났을 때 곧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아 바이어와 프레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6년 그녀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당시 럭셔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디자이너들의 로망이었기 때문에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피비 필로는 결국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에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고 특히 세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유로 홀연히 브랜드를 떠났고 다시 디자이너로 셀린느에 합류하기 전 3년 동안 영국에서 육아에 전념하며 가족들과 달콤한 휴식기를 가졌다.


피비 필로는 유명세 만큼이나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난 2005년과 2010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의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CFDA 패션 어워즈의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


2014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되었으며 같은해 새해에 영국 정부가 주는 최고 훈장인 OEB를 수상했다. 



잠시 패션계를 떠나 공백기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 피비 필로의 디자인 미학은 패션산업 전반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수많은 피비 필로 추종자 또는 그녀와 함께 디인팀에서 근무했던 후배 디자이너들이 그녀의 디자인 미학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끌로에와 셀린느 시절 그녀 밑에서 일했던 디자이너들은 이제 스페인부터 독일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패션 브랜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피비 필로와 같은 디자인팀에서 일하며 그녀의 디자인 정신을 계승한 디자이너 계보를 살펴보았다.  피비 필로의 끌로에 시절(2001~2006년)과 셀린느 시절(2008~2018년)에 함께 했던 9명의 후예들을 만나보자.



1. 사라 조엣, 스텔라 맥카트니 남성복 디자인 디렉터


사라 조엣(Sara Jowett)은 피비 필로의 끌로에 디자인 팀 핵심 멤버로, 거의 5년 동안 니트와 저지를 담당했다. 그녀는 2005년 가을/겨울 컬렉션이 끝난 후 피날레 인사를 한 5인 맴버 중 한명이었고, 피비 필로는 쇼장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오늘날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쇼장 맨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은 세계 패션계에서 보기 드문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장기 휴가 중인 피비 필로를 그녀를 대신해 5인의 인하우스 다지인팀 멤버들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에도 사라 조엣은 2006년 피비 필로가 끌로에를 떠난 후에도 인-하우스 디자인팀의 핵심 멤버였다. 이후 그녀는 스텔라 맥카트니 밑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후 2008년 셀린느에서 다시 니트와 저지를 맡아 피비 필로와 함께 일했다. 


2011년 사라 조엣은 셀린느를 떠나 다시 스텔라 맥카트니로 돌아가 디자인 컬렉션의 책임자가 되었고 지금은 남성복 디자인 디렉터를 맡고 있다.


↑사진 = 2019 가을/겨울 스텔라 맥카트니 남성복 컬렉



2. 아드리안 아피올라자, 로에베 여성 기성복 디자인 디렉터


아드리안 아피올라자(Adrian Appiolaza)는 피비 필로가 출산으로 장기 휴직기를 거치는 동안 2005 가을/겨울 끌로에 컬렉션 진행을 맡은 5인조 멤버중 한명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끌로에 수석 디자이너로 일한 아드리아 아피올라자는 2005년 가을/겨울 끌로에 컬렉션 디자인 과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끌로에를 떠나 프라다와 루이비통에서 경력을 쌓은 후에 다시 끌로에의 기성복 컬렉션 디자인 디렉터로 복귀해 2014년까지 근무했다. 



현재 아드리안 아피올라자는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과 긴밀히 협력하며 여성 레디-투-웨어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로에베 기성복과 피비 필로가 대중화시킨 미학 사이에는 분명히 몇가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의 이름은 패션계에서 점점 더 많이 알려지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출신의 이 디자이너가 언제쯤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할 지 궁금해지고 있다.


↑사진 = 2019 봄/여름 로에베 컬렉션



3. 발레스카 도이치, 벨리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레스카 도이치(Valeska Duetsch)도 클로에 5인방 멤버중 한명이었다. 2000년대 말에 스텔라 매카트니 밑에서 일하기 전에 피비 필로 밑에서 일했던 또 다른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끌로에에서 피비 필로를 보좌했던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리, 발레스카 도이치는 현재 유명 디자인 하우스나 브랜드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대신 발레스카 도이치는 자신의 브랜드 '벨리즈'를 이끌어 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공동 디렉터 체제다. 스텔라 매카트니 출신인 동료 피오나 밴살과 함께 2017년 벨리즈(Belize)를 런칭한 발레스카 도이치는 베를린과 런던에서 패션쇼를 선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브랜드 벨리즈의 핵심에는 2000년대 초반의 끌로에 미학이 자리잡고 있다. 컬렉션은 실크 드레스에서부터 프렌트 크루넥과 장난기 있는 수영복에 이르는, 시크하지만 캐주얼한 제품들이 특징이다. 발레스카 도이치는 '포스트-피비 필로'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2019 봄/여름 블리즈 컬렉션




4. 아나벨 볼레르 르바소, AVL 오너


2000년대 초반 클로에는 가죽 잇백으로 주목받았는데 당시 아나벨 볼레르 르바소(Annabelle Volaire Levassor)는 끌로에와 셀린느에서 가죽 제품 매니저로 일했다. 아니벨 볼래르 르바소는 패딩턴 백을 개발, 클로에 가방 비지니스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이었다.



끌로에 디자인 팀의 다른 멤버와 달리, 아나벨 볼레르 르바소는 실제로 피비 필로가 사임하기 전에 브랜드를 떠났으며, 2005년 독일 브랜드 레나랑으로 이직해 4년 동안 근무한 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액세서리 책임자로 끌로에로 복귀했다.


2011년 다시 브랜드를 떠난 아나벨 볼레르 르바소는 자신의 이름을 건 AVL 회사를 차려 가죽 제품 컨섵팅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르메르, 파코 라반, 포츠1961, 하이더 에커만, 클로에 브랜드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 = 포츠 1961의 2019 봄/여름 컬렉션



5. 다니엘 리,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필로의 광팬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제자로 통하는 다니엘 리(Daniel Lee)는 셀린느에서 기성복 디렉터로 일했다. 그는 발렌시아가와 메종 마르지엘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다니엘 리는 지난 2018년 6월 다니엘 리는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신선한 젊은 피와 컨템포리리한 아이디어를 주입했다.



셀린느 미학에 충실한 다니엘 리는 강한 테일러드 라인을 특징으로 피비 필로 풍의 부드러운 실루엣을 주입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넥 니트들과 로우-넥 드레스 뿐 아니라 색감과 질감이 컬렉션 전체에 걸쳐 풍부하게 반영하며 높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6. 록 황, ROKH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국 출신 디자이너 록 황(Rok Hwang)은 피비 필로의 제자 중 처음으로 둥지를 떠난 사람이었다. 2010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졸업 컬렉션으로 대상에 해당하는 로레알 프로패셔널 크리에이티브 어워드를 수상한 후 그는 셀린느에 입시해 피비 필로 밑에서 기성복 디자이너로 3년간 일했다.


2013년 스스로 회사를 그만 두고, 끌로에와 루이비통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지난 2016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록(Rokh)를 출시했다.



아드리안 아피올라자, 다니엘 리와 함께, 록 황 역시 패션업계에서 인정 받은 또 다른 피비 필로 페블리카다. 그의 브랜드 록은 지난 2018년 LVMH 프라이즈 최종 결선에 올라 특별상을 수상했다.


황록에 대한 피비 필로의 영향력은 올해 T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록 황은 여성들이 무엇을 입고 싶은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피비 필로가 좋아한 여성으로만 구성된 디자인팀을 만들었다. 물론 브랜드 록에는 미묘한 미학의 필로이즘이 들어 있지만, 올드 셀린느와 사카이 사이의 하이브리드도 살짝 엿보여 셀린느 룩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7. 유니 안, 메종 키츠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또 다른 한국 출신 디자이너 유니 안(Yuni Ahn) 은 스텔라 맥카트니와 피비 필로 밑에서 일한 사람들 중에서 어느 정도 유니크한 면을 가지고 있다.


끌로에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 2001년, 유니 안은 스텔라 맥카트니에서 프린트와 자수 의류 디자이너로 패션 경력을 시작했다. 2003년 그녀는 디자인 컨설팅을 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해 결국 셀린느의 디자인 디렉터로 피비 필로와 다시 손을 잡았다.



2018년 말 디자이너 유니 안은 메종 키츠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프랑스 브랜드 메종 키츠네는 항상 인기를 끌었지만 유니 안에 지휘봉을 잡으면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컨템포러리 키츠네와 올드 셀린느 사이에는 몇가지 유사점이 있다. 실루엣은 하늘거리며 텍스춰는 폭이 넓으며, 유니 안의 데뷔 컬렉션은 엣지있는 셀린느 감성이 돋보였다.



↑사진 = 2019 가을/겨울 종 키츠네 컬렉션



8. 조니 코카, 멀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니 코카(Johnny Coca)에게 피비 필로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피비 필로 밑에서 일하기 전에 이미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발리, 셀린느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며, 특히 마이클 코어스 밑에서는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조니 코카는 피비 필로가 이끄는 셀린느에 가죽제품, 신발, 액세서리 디자이너 담당자로 다시 돌아왔다. 즉 조니 코카는 트라페즈 가방을 포함한 올드 셀린느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패션 잡화 부분만 본다면 그는 피비 필로와 관련이 깊다.


록 황처럼 조니 코카 역시 셀린느를 떠나 영국의 헤리티지 브랜드 멀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올랐다. 다른 피비 필로의 후예들보다 실력이나 경력 면에서 뛰어났던 조니 코카의 미학적인 영감은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진 = 멀버리 2019 봄/여름 컬렉션



9. 아브닛 니자르, 질 샌더 여성복 디자인 디렉터


아브닛 니자르(Abnit Nijjar)는 영국왕립예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2011년 스텔라 맥카트니의 기성복 어시스턴트로 패션 경력을 시작했다.


다음 해인 2012년 그녀는 실력을 인정받아 런웨이 컬렉션의 레드-투-웨어 디자이너로 셀린느에 합류해 2017년까지 일했다. 이어 2018년 아브닛 니자르는 여성복 디자인 디렉터로 질 샌더에 합류했다.



↑사진 = 셀린느에서 일하던 시절 모교를 방문해 고등 학교 후배들을 만난 아브닛 니자르


아브닛 니자르는 셀린느 시대의 많은 선배 동료들처럼 미디어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질 샌더의 듀오 크레에이티브 디렉터 루크 & 루시 마이어 밑에서 질 샌더의 성공에 핵심적인 열할을 하고 있다.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와 함께, 아브닛 니자르 역시 향후 셀린느 하우스가 피비 필로 후예들 중 한 명을 선택할 때 간택 확율이 높은 유력 인물 중 하나다.   


↑사진 = 2019 가을/겨울 질 샌더 컬렉션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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