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1-04

[패션칼럼] 동대문 우주선 밑에 UFO가 창궐하다!

서울패션위크가 동대문 DDP로 장소를 옮긴지 두 시즌 째를 지나면서 새로운 풍경이 생겼다. 우주선 밑의 콘트리트 로드를 레드 카펫 삼아 깜짝 등장하는 UFO의 등장은 패션 쇼를 보는 것 이상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 UFO가 대한민국의 대표하는 스트리트 패션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면 의문이 생긴다.




매년 1년에 두 번 동대문에 위치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동안 UFO(Unidentified Fashion Object)가 국내외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눈길을 끈다. 셀러브리티나 모델과 같은 스타들을 제외한 소위 일반인 미확인 패션 오브제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서울 패션 위크가 끝난 후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서울패션위크에 관한 기사에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보다 UFO를 찍은 사진이 더 많이 올라간다. 어쩌면 대중들이 더 선호하는 컨텐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 UFO가 과연 서울 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룩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적어도 뉴요커나 파리지앵이니 하는 각 나라의 대표하는 룩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와 패션 문화가 녹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대문 우주선 밑을 오가는 UFO의 창궐을 보노라면 마치 패션 해방구를 보는 듯하다. 코스플레이 수준의 파격성은 보기에도 재미있고 아찔하다. 하지만 이것을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하기 에는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다.

 

마치 6개월간 준비한 할로윈 의상을 통해 타인의 주목을 받으려는 듯한 옷차림은 스타일적 완성도 보다 파격이 주는 이질성이 더 눈길을 끈다. 어쩌면 우주선 밑을 어슬렁더리는 남녀노소 자칭 포토그래퍼들의 먹잇감이 되기 위해 나타난 무명 모델 같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사실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우주선 밑에서만 볼 수 있는 UFO를 포착하는 것은 최고의 호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2015 /여름 서울패션위크에 선보인 UFO들의 스트리트 패션을 보노라면 스캇 슈먼의 운영하는 사토리얼리스트에서 읽을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의 미학이 실종된 듯하다. 패션은 도시 환경과 잘 아울려야 하고 타인과 소통을 해야 한다. 같은 스타일이라도 파리에서 찍은 스트리트와 뉴욕에서 찍은 스트리트는 배경으로 인해 전혀 다른 느낌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사진의 배경과 옷의 조화는 그 자체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동대문 우주선 밑에 몰려든 UFO 무리를 보면 개인적인 취향의 자기만족 내지는 자기 과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쇼를 왔다면 그 디자이너의 옷을 입던가, 아니면 그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유사한 의상을 입고 오는 것이 관객의 예의이자 도리다. 하지만 패션 쇼를 보러 왔던 아니면 그냥 자기 패션을 과시하러 왔던 간에 UFO들이 선보인 의상들은 디자이너들의 캣 워크와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마치 서울과 멀리 떨어진 화성에서 오는 여자와 금성에서 온 남자들을 보는 듯하다.


 

콘템포러리 패션은 유행과 스타일의 다른 말이다. 더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이다. 유행을 뜻하는 패션의 개념은 단지 의상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동차와 핸드폰, 푸드, 가구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패션이고 스타일이다. 적어도 한국적 상황, 서울의 상황에 맞는 스타일을 찾는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다음에 K 패션만의 스트리트 스타일을 창조해야 하지 않을까? 도쿄의 코스플레이 스타일의 하라주쿠 스타일은 그 동네에서만 통할 뿐 다른 동네를 가면 하라주쿠 스타일은 만날 수가 없다. 따라서 하라주쿠 스타일을 도쿄를 대표하는 스트리트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서울패션위크애서 선보인 UFO 패션은 그저 우주선 밑에서나 어울리는 독특한 패션일 뿐 서울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오역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UFO의 옷차림은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홍대, 압구정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스트리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스타일이다. 오히려 서울의 패표적인 스트리트에서 선보이는 스타일은 특이성 보다는 보편성을,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 않고 주위 환경과도 잘 어울린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패션위크 우주선 밑에 반짝 나타난 UFO를 마치 서울의 대표적인 스트리트 패션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패션왕>이라는 영화가 화제다. 웹툰이 원작인 이 영화에서 간지남이 되기 위한 남학생들의 패션 배틀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이들이 배틀을 벌리는 장소가 동대문 DDP. 일반적인 청소년들의 스트리트 패션과 거리가 먼 괴상망측한 패션으로 소위 패션 배틀을 벌인다. 이유는 단 하나 이성으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서다. 물론 영화니까 이해가 간다. 영화는 현실보다는 판타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패션은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결국 패션이 가지는 현실적인 문제, 즉 상업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내년 3월 동대문 우주선 아래에 또다시 UFO가 창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것은 간지남과 간지녀들의 자기 과시나 혹은 자기만족일 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패션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음 시즌을 위한 트렌드를 미리 보여주는 디자이너들의 행사에 개념 없는 UFO가 창궐해 컬렉션 행사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패션의 보는 재미와 파격성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서울 패션 더 나아가 K-패션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좀 더 성찰된 사고와 목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년째 패션 에디터로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 K 패션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물며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덴티티는 더욱 그렇다.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를 만나면 대한민국 여성들은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뉴요커와 파리지엔과 다른 한국 패션만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고 하면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다. 한 때 대한민국 여성들은 너무 브랜드와 유행만을 추구하는 속성으로 인해 패션 빅팀이라는 오명을 쓴 적도 있지만 그 때보다 지금은 그때 보다 훨씬 더 안정되고 창의적인 패션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는 UFO의 창궐에 흥분할 것이 아니라 K패션만의 스트리트 아이덴티티를 찾는 본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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