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4-10-10 |
패션 쇼는 시위를 위한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일까?
파리 패션 위크에서 샤넬은 칼 라거펠트는 가벼운 마음의 마케팅 기법으로 페미니스트 시위를 연상시키는 패션쇼 피날레를 선보였다. 과연 패션은 사회적인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믿을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을까?
2015 봄/여름 시즌을 위한 인터내셔널 패션 위크의 포문을 연 '뉴욕 패션 위크'가 열린 지난 9월 3일 동물애호단체 페타(PETA) 회원들이 뉴욕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열린 '빅토르 데 수자(Victor De Souza)' 측은 센트럴파크 인근 도로를 런웨이 삼아 마차를 타고 봄/여름 의상을 선보였다. '페타'는 패션 쇼에 마차를 동원한 것을 동물 학대라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동물학대는 절대 멋진 방식이 아니다(Animal Abuse Is Never In Style)', '우리들의 말을 보호하라!(Save Our Horses)'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그랑 파레 ‘샤넬대로’에서 거리 시위가 일어났다. 샤넬은 2015 봄/여름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여성 해방을 의미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피날레를 시위로 연출하는 시각적인 도발을 했다. 칼 라거펠트가 이끈 패션쇼 피날레에 수퍼모델이 집단으로 패션쇼 무대에 등장해 "역사는 그녀의 스토리다(History is Her Story)” “패션은 전쟁이 아니다(Make Fashion Not War)"“트위드는 트잇보다 낫다(Tweed Is Better Than Tweet)”라는 구호와 함께 팻말을 들고 패션쇼를 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쇼가 벌어진 같은 날, 홍콩에서는 진짜 시위가 벌어졌다. 민주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항의로 수십만의 홍콩인들이 거리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30년에 걸친 기간 동안 장 폴 고티에는 여성의 능력과 아름다움이라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패션쇼를 이용했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트렌스젠더 모델들을 등장시키며 패션쇼를 사회와 공유했다. 2011 봄/여름 컬렉션에서 플러스 사이즈인 그룹 가십의 리드 보컬 베스 디토는 아카펠라 퍼포먼스로 고티에의 무대를 습격했고, 최근에 열린 2015 봄/여름 쇼에서는 50세의 스페인 배우 로시 드 팔마가 백발의 나이 많은 여성으로 등장해 그의 마지막 기성복 쇼를 축하해 주었다.
누구보다도 정치적인 디자이너이자 영국 패션의 대모인 비비엔 웨스트우드는 정치적 아젠다를 수행하고 전달하는 패션의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디자이너는 런던 패션 위크쇼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캠페인을 지지하기 위해 “영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the UK)”이라는 타이틀의 성명서를 쇼에 참석한 프레스와 바이어들에게 배포하고 또한 'Yes'라고 프린트된 뱃지를 무대에 선 모델들의 의상에 부착했다. 지난 1월에는 환경 파괴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책임을 지우는 유러피언 법의 통과를 위한 청원을 했다. 그리고 2008년 런던 패션위크에서 레드 라벨 컬렉션을 통해 "Fair Trial My Arse'라는 오렌지색의 다분히 펑크스러운 문구가 쓰인 바지를 입은 모델의 위킹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모델이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에 강제 구금된 테러용의자의 인권을 언급하며“공정한 재판의 내 엉덩이다(Fair trial my arse!)”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워킹을 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예술 애호가는 자유 전투기"라는 말하는 웨스트우드의 소신은 그녀의 작품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그녀의 광고 캠페인에서 발견할 수 있고 런웨이에서도 선보이며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작품의 영역을 넘어서 표출되기도 한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핵 군축에서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초점을 맞춘 시위대와 함께 자신의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설을 하기도 한다. 그녀가 주장하는 신념의 원인을 믿든 믿지 않던 간에 웨스트우드가 시위를 할 때 그것은 진정원 원인의 이름이 된다.
때때로 실제 원인을 지원하는 브랜드는 그것에 대해 소리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실제 혁명은 훨씬 조용하고 회사의 퍼포먼스가 아닌 프로세스에 포함된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가죽이나 모피같은 동물 제품을 결코 사용하지 않기 위한 단순한 약속으로 동물의 권리와 환경운동에 대한 원인을 주장한다. 대신 그녀는 가능하면 생분해성 유기 물질을 사용한다. 그녀의 안경은 최소한 50%가 내추럴하고 재사용할 수 있으며, 샌들은 생분해성 신발로 만들고 백은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패브릭으로 라이닝 처리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라 매카트니 작업의 윤리와 지속가능적인 측면이 브랜드 광고에 명시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로 시작되는 그녀의 회사 소개는 완벽하게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실상 그녀의 선택은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시위의 진정한 종류로 인식하고 있는 나름의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1조 달러의 세계 패션 산업은 삶과 경제,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패션 산업은 이러한 것들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문제와 결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진정한 메시지를 필요로 한다. 마케팅 스턴트보다는 조금 더 사회적 , 정치적 원인을 다루는 것은 시위의 의미를 약화시킨다. 패션 브랜드가 플래카드를 집어든 다음에 먼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패션쇼에도 정치적인 구호가 나온 적이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때 일부 젊은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No War’라는 구호를 자신의 옷이 집어넣어 반전에 대한 생각을 비치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많이 어렵고 힘들다. 거꾸로 가는 정치는 물론이고 특히 세월호로 인해 사회적 아픔과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이슈들이 서울 패션 위크에서도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패션은 단지 옷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패션은 어패럴이 아니다(Fashion is not Apparel)”. 특히 패션 쇼는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소통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인 정치적 구호는 지양해야겠지만 사회적 메시지에 눈감을 수는 없는 일 아닐까?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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