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8-11

[특별기고] "1%의 희망과 도전이 100%의 꿈을 만든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이상봉 회장은 '패션코드 2014'을 마치고 K패션의 미래인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칼럼을 썼다. 본인 역시 파리 프레타포르테를 통해 해외 진출에 대한 노하우와 열정을 통해 오늘의 자리에 왔음을 밝히면서 국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에 참가해 1%의 희망과 도전으로 100%의 꿈을 이루라고 조언했다.





얼마 전에 끝난 국제 수주 전시회 패션코드 2014’ 행사가 끝났다. 고태용, 곽현주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계한희, 황재근 등 신진 디자이너를 비롯한 122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여기에 홍콩 하비니콜스 백화점, 편집 숍 레끌레르 등 120명의 해외 바이어를 포함해 다수의 국내외 바이어가 참석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사실 패션의 트렌드 형성과 실질적인 사업 성사는 90% 이상이 패션쇼보다는 전시회에서 이뤄진다. 한국에 컬렉션 문화가 들어 온지도 어느새 25년이 지나 이제는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발표의 장을 선물하는 패션 전시회가 자리 잡을 때가 되었다. 특히 서울 컬렉션에는 수없이 양산되는 디자이너 중 약 80명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진 디자이너들이 바이어를 만나고 옷을 판매를 할 수 있는 전시회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어쨌든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코드 행사장에서 바이어를 만나고 마케팅을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패션 코리아의 터닝 포인트가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패션 수주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이 국내외 바이어들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와 패션업계가 공동으로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디자인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는 컬렉션이 아닌 파리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였다.


세계 패션의 캐피탈이라 불리는 파리에는 오트쿠튀르 컬렉션프레타포르테 컬렉션뿐 아니라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를 비롯한 후즈넥스트트라노이등 크고 작은 전시회가 많이 열린다. 특히 프레타포르테 전시회는 패션쇼가 이벤트로 열리긴 하지만 대부분 부스에 옷을 전시하고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는 수주 전시회다. 나도 파리 컬렉션에 나가기 전부터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해외 시장을 공부했다.


1987년 나는 처음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 내 작품을 출품했다. 1985이상봉 부티크를 연지 2년만이다. 그리고 1980년에 정식 디자이너로 데뷔했으니 데뷔 7년 만에 꿈의 리그에 도전한 것이다. 처음 파리에 나갈 때는 아무런 욕심도 없었다. 단지 세계 시장의 흐름을 알고 싶었고 과연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나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었고,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도전 정신과 열정도 덤으로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1997년 말. IMF 구제 금융으로 온 나라가 들썩 거릴 때 나는 예정된 런던 컬렉션을 포기하고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 재도전하기로 결심했다. IMF로 나라가 경제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의 경제 뉴스는 충격적이었다. 매일 같이 독촉하는 런던 홍보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뒤로 하고 나는 그래 패션쇼가 아니면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벌자.”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무작정 파리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어머 어마한 규모에 놀랐고 이상봉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바이어에게 알릴지 난감했다. 특히 내 부스 간판에 인공기가 달려 있어 내가 직접 사무국에 달려가 변경을 요청할 정도로 당시 세계 패션계에서 패션 코리아의 존재는 미미했다.


전시회 첫날 10시에 바이어가 내 부스를 찾아왔다. 중동 바이어였다. 그는 기꺼이 내 고객이 되어주었다. 그 때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패션의 변방에서 온 낯선 디자이너가 전시회 첫날 문을 열자마자 거래가 성사되는 겨우는 드물기 때문이었다. 중동 바이어 덕분에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마치 꿈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의 1%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당시 파리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에는 나 이외에 우영미와 박춘무 디자이너 등 국내에서 잘 나가는 디자이너들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낯선 땅에서 뭉칠 수밖에 없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화물차를 한 대 불러서 짐을 싣고 남은 짐칸에 서로 쪼그리고 올라타도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당시 우리는 비 내리는 오더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보통 전시회에서는 개인 숍에서 주문하기 때문에 시리즈별로 1장 씩 오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숫자 1이 가득한 오더 장이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함께 있었던 박춘무 디자이너가 그렇게 부른 것이다. 결국 1997년 의기투합했던 우영미와 박춘무 디자이너는 현재 파리 남성복 컬렉션과 뉴욕 컬렉션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어쨌든 첫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서 비록 비 내리는 오더 장이었지만 1,000장의 조금 넘는 주문을 받았다. 나름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이후 나는 파리 뿐 아니라 독일과 뉴욕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도 참가해 더 많은 해외 경험을 쌓았다. 아마도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라는 다짐 때문이었다. 매번 전시를 위해 해외로 출국할 때면 공항에서 많은 짐들과 씨름을 한다. 할증료를 줄이기 위해 트렁크에서 옷을 꺼내 입을 수 있는 만큼 껴입고 들 수 있는 만큼 들고 비행기에 오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금 돌이켜봐도 꾸준한 해외 전시회 참가는 지금의 이상봉을 만든 영양제였다. 전시회 참가를 통헤 얻은 자신감으로 나는 파리 컬렉션과 뉴욕컬렉션에 정기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나의 해외 시장 진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디자이너가 만든 고급 기성복을 구매하는 매장들은 한정적이다. 이러한 유통 구조 때문에 해외 진출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젊은 디자이너들도 있다.


아직도 해외 전시회에 나갔던 추억들을 되새기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고생한 기억 때문이 아니라 그때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못내 그립다. 나는 전시회 참가를 통해 애초 목표로 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곳이 많고, 매출도 더 늘려야 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더 큰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지금도 젊은 디자이너로 성장한 아들과 함께 세컨드 브랜드 라이(LIE)를 들고 함께 해외 전시회를 나간다. 이젠 옛날처럼 혼자가 아닌 둘이서 나가기 때문에 힘도 나고 뿌듯하다.


해외에서 열리는 패션 수주 전시회는 외국 바이어와 프레스들을 직접 만난 비즈니스를 하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패션이 살아있는 라이브 공간이다. 나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해외 수주 전시회에 직접 나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라고 말이다. 또한 국내에서 열리는 패션 수주 전시회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내가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를 떠날 이유도 따지고 보면 국내에 제대로 된 패션 전시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패션 관련 전시회가 열려 격세지감의 기분이다. 해외 전시회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국내 전시회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은 움직임지만 그것이 나비 효과를 낸다면 K 패션의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근사한 컬렉션 데뷔를 꿈꾸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전시회는 균형 잡힌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이상봉/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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