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4-04-21 |
다큐 <디올과 나>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데뷔
“새로운 디올을 디자인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디올과 나>가 미국의 '트레이베타 영화제'을 통해 대중들에게 정식으로 공개되어 주목 받고 있다.
2년 전, 라프 시몬스가 유럽의 명품하우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낙점되었다는 뉴스는 세계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디올과 나>는 그의 첫 디올 컬렉션을 다루고 있다. 스포일러를 살짝 공개하면 그의 첫 디올 컬레션은 대 성공이었다는 점이다.
2012년 4월 9일 월요일, 크리스찬 디올은 벨기에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를 유서 깊은 유럽의 명품 하우스 디올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시몬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탁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그동안 '디올=갈리아노'로 불릴 정도로 디올에 갈리아노 흔적이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는 존 갈리아노는 지방시를 같은 영국 출신의 신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에게 물려주고 난 뒤 디올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약 15년 동안 전설적인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갔지만 파리 카페에서의 뜻하지 않은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디올을 떠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1995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복 라인을 론칭하고 있는 라프 시몬스가 오트 쿠튀르의 강력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디올 하우스로 간 것은 예상 밖이었다. 질 샌더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하는 동안 그는 심플한 라인과 깨끗한 실루엣을 강조한 미니멀리즘 미학을 강조한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프 시몬스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1996년과 97년, 98년, 99년에 그가 선보인 남성복에 매료된 사람들이었다." <뉴욕타임즈>의 전 패션 비평가 캐시 호린이 다큐 <디올과 나>에서 증언한 말이다. 이어 그녀는 "그가 남성복에서 선보인 스키니 블랙 수트는 진정한 부활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미니멀리즘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새롭고 모던한 에너지 넘치는 아디디어였다."고 말했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칼 라거펠트 역시 시몬스의 스키니 수트를 입기 위해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패션 다큐멘타리 <발렌티노: 더 라스트 엠버러>와 <다이아나 브릴랜드: 더 아이 해즈 투 트레블>을 만든 페드드릭 정(Frederic Tcheng)이 각본을 쓰고 감독한 <디올과 나>는 6월에 열린 파리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 선보일 디올에서의 첫 데뷔 컬렉션을 준비하는 라프 시몬스의 8주간에 걸친 여정을 기록한 영화다.
지난 4월 17일에 열린 2014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점은 1946년 41세 나이에 하우스를 세우고 이듬해인 1947년 첫 컬렉션을 연 크리스찬 디올이 작업했던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라프 시몬스의 작업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세기를 넘어 55년 전과 같은 공간에서 준비한 첫 데뷔 컬렉션을 통해 시몬스는 전설과 현재는 불가능한 대화를 시도했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는 2012년 7월 1일로 예정된 라프 시몬스의 첫 번째 크리스챤 디올 오뜨 꾸뛰르를 하루 앞두고 있다. 꼭대기 층에 위치한 아뜰리에에서는 드레스의 마지막 장식 작업이 한창이다. 잠시 후 샴페인 병을 따는 ‘펑’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작업실의 견습 재봉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든다. 모두들 잠깐의 달콤한 휴식 시간을 즐긴다. 지난8주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라프 시몬스가‘‘저를 여러분의 가족으로 맞아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한다. 관객들은 1947년 2월 12일 크리스챤 디올의 첫 번째 컬렉션에 등장했던 플라워 우먼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라프 시몬스의 손에서 새로운 플라워 우먼이 탄생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디올 하우스의 첫 10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서 두 컬렉션 사이의 유사성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사실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된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라프 시몬스는 전후의 창조적인 분위기가 넘치던 1950년대에 항상 매력을 느껴왔다. 크리스챤 디올이 하우스를 설립하고 자신의 혁명적인 패션 언어를 펼쳐 보이기 시작한 것도 바로 1950년대였다. 두 사람은 현대 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 역시 공유하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이 당대의 가장 현대적인 작가였던 크리스티앙 베라르(Christian Berard)의 그림을 수집하고 자신의 갤러리에 파블로 피카소의 화폭을 전시했던 것과 같이, 라프 시몬스는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현대적인 작품에 열정을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여성에 대한 현대적인 비전을 통해 자신의 시대와 완벽한 조화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이다.
"1947년부터 1957년까지의 10년에서 아주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했는데, 바로 모더니즘 그 자체였다"고 라프 시몬스는 2012년 4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부에서 한 말이다. 이어 "그 10년에는 그의 어머니 세대와 벨 에포크 시대로 돌아간 듯한 로맨틱한 느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기간 동안에 선보인 형태의 지속적인 발전과 비율의 변화는 패션에 있어 세계 대전이 얼마나 혁명적이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영화는 부드러운 실루엣의 여성스러운 의상과 로맨틱한 느낌을 보여주면서 디올의 소비자들과 유산을 강조한다. 시몬스는 영화를 통해 모더니즘에 대한 자신의 미학과 젊음을 디올의 유산과 완벽하게 통합하기 위한 많은 시도를 한다. 관객들은 시몬스의 디자인 과정에서 독특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스케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그는 디자이너가 컨셉을 잡고 장인들이 옷을 만드는 디올 당시의 방식을 재현해 냈다. 그는 자신의 데뷔 컬렉션을 위해 디올 아틀리에의 장인들로 부터 150~200장의 스케치를 받은 후 이중에서 54벌을 골라 컬렉션 무대에 올렸다. 이 과정은 영화에서 첫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크리스찬 디올의 흑백 플래시백 클립과 함께 선보인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장인 정신을 표현한 듯하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은 패션쇼 당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쇼에는 안나 윈투어와 그렌다 베일리, 카린 로이필드와 같은 세계적인 패션 에디터 뿐 아니라 마크 제이콥스, 앨버 앨바즈,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같은 동료 디자이너들도 패션쇼 프론트 로에 앉아 라프 시몬이 창조한 디올의 새로운 버전에 매료된다.
2년이 지나 디올에서의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라프 스몬스를 보노라면 디올 하우스의 선택은 모험이 아닌 신의 한수였음이 증명되고 있다. 특히 <디올과 나>를 통해 다시 본 그의 첫 디올 컬렉션은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하이패션이 이미지의 영향을 받는 요즘. 50년대의 상징적인 사진이든 혹은 조작된 디지털 이미지든 간에 시몬스의 데뷔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눈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듯하다."며 시몬스의 데뷔 컬렉션에 대한 패션쇼 리뷰를 쓴 패션 비평가 캐시 로린은 이어 "시몬스의 디올에서의 데뷔 컬렉션은 아름답고 겸손했으며 무엇보다 완벽한 전설과 현재의 결합이었다."라고 말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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