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2014-03-03

소수자와 흑인에게 마음을 열다

영화 <노예 12년>이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 작품상을 받았고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그래비티>는 감독상을 비롯해 7관왕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가, 여주 주연상은 <브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이 수상했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연은 <그래비티>, 주연 같은 조연은 <노예 12년>이었다. 지난 3월 3일(한국시간) 로스엔젤리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여성 코미디언 엘렌 드제너러스의 사회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그래비티>가 감독상을 비롯해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까지 7개 부문의 상을 싹쓸이하며 사실상 86회 아카데미를 접수했다. 10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그래비티>의 수상이 불발된 것은 작품상, 여우주연상, 미술상뿐이었다. <노예 12년>은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에 올랐다.


<영화 <그래비티> 포스터>


지난 해 열린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메리칸 허슬>과 비슷한 분위기의 벤 에플렉 감독의 <아르고>가 작품상을 수상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하게도 만들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번 아카데미는 '주제와 기술의 2파전'이라고 부를 만한 <노예 12년>과 <그래비티>의 각축전이 됐다. 우주에서 조난된 라이언 스톤 박사의 치열한 지구 귀환기를 '그래비티'나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하루 아침에 노예 신세로 전락한 채 12년의 세월을 견뎌온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그린 '노예 12년' 모두 아카데미의 구미에 잘 맞는 걸작이다.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나 흑인 감독에게 최초로 작품상을 안겨준 <노예 12년>과 SF의 세기 창조를 이뤄내며 7관왕을 휩쓴 <그래비티> 사이에서 <아메리칸 허슬>은 뚜렷한 색깔에서 밀린 3등이었다. <아메리칸 허슬>의 경우 빼어난 만듦새와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로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그 무게감이나 감동 면에서 아카데미 작품상감으로는 조금 가볍다는 게 패인이다.



<영화 <12년 노예> 포스터>


작품상과 세트처럼 여겨지는 감독상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돌아간 것은 애초 예상된 결과였다. <노예 12년>의 스티브 맥퀸 감독이 보여준 굵고 힘 있는 연출도 훌륭하지만 혁신적 3D기술과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적 카메라 워크로 경이로운 영상과 뜨거운 감동을 전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시상식 전에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아카데미에 감사하다. 영화를 만드신 분들은 이해하겠지만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많은 것을 바꿔주는 엄청난 경험이었다."라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훌륭한 작품이 나와 기분 좋다. 함께 일한 분들은 제게 많은 지식을 전해줬다. 그 덕분에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산드라 블록, 정말 감사하다. 당신이야말로 이 영화의 영혼과 같다. 조지 클루니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감독상에 앞서 음악상과 시각효과상과 음향상, 음향편집상과 촬영상, 편집상 등 기술 부분상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본상에서는 수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결국 감독상을 수상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서 <그래비티>로 통합 부문 감독상 트로피를 안았고 제6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런던 비평가협회상과 미국 감독조합상에서 감독상을 받는 등 강력한 수상자로 거명되었다. 아카데미 수상을 통해 주요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휩쓰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영화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노예 12년>은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하며 흑인 감독이 만든 작품이 최초로 작품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 때문에 최초의 흑인 감독상 수상이라는 새 기록을 기대하게 했지만 스티브 맥퀸 감독은 작품상 수상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노예 12년>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며 "모든 사람들은 생존이 아니라 살아갈 자격이 있다. 이 작품을 모든 노예, 그리고 노예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받친다."는 소감을 밝혔다. <노예 12년>은 작품상 외에 여우조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영화 <12년 노예>로 작품상을 수상한 뒤 포옹을 하고 있는 스티브 맥퀸 감독가 제작자로 참여한 브래드 피트>


반면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아메리칸 허슬>은 최악의 밤이었다.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만든 데이빗 O.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은 <그래피티>와 함께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당초 다관왕이 예측됐으나 <그래비티>가 7관왕을 차지한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아메리칸 허슬'은 무관은 가히 충격적이다. 물론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장르가 다소 겹치는 부분이 있었지만 강력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로 점쳐졌던 에이미 아담스와 제니퍼 로렌스가 고배를 마시면서 주요상은 물론 기술상까지 단 한 부문에서도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했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튜 맥커너히>


유독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인연이 없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틴 스콜세지와의 5번째 작품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의 명연기로 수상이 기대되었지만 ‘살과의 전쟁’을 벌인 강력한 두 배우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함께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아메리칸 허슬>의 크리스찬 베일은 20kg를 늘였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는 20kg를 감량했는데 결국 감량을 한 매튜 맥커너히가 남우주연상을 가져가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4번째 도전을 무력화시켰다.


<영화 <블루 재스민>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


당초 호사가들은 매튜 맥커너히를 가장 강력한 수상자로 점치긴 했지만, 무려 4번째 아카데미 도전에 나선 <더 울프 오브 스트리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제 받을 때도 됐다'라는 의견도 상당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 둘은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나란히 수상을 해 분위기를 더했다. 디카프리오가 뮤지컬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드라마 부문에서는 매튜 맥커너히가 차지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붙잡은 이는 에이즈 환자로 분하기 위해 무려 체중을 20kg이나 감량하며 열연을 보여준 매튜 맥커너히였다.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에이즈 판정에도 굴하지 않고 생명연장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계속했던 론 우드루프 역을 실감나게 표현한 그의 연기에 할리우드가 전율했기 때문이다.



<영화 <12년 노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루피타 뇽>


여우주연상은 이변 없이 <블루 재스민>에서 경제적으로 몰락해 신경쇠약에 걸린 여주인공을 실감나게 그려낸 케이트 블란쳇(사진)에게 돌아갔다. 이번 여우주연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올해로 18번째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신기록을 수립한 <오거스트:오세지 카운티>의 메릴 스트립 201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었던 <그래비티>의 샌드라 불록 <아메리칸 허슬>에서 불꽃같은 연기를 보여주며 5번째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른 에이미 애덤스, 노장 여배우의 연기 투혼을 보여준 <필로미나>의 주디 덴치까지 하나같이 탈락하긴 아까운 후보들이었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자레드 레토>


그 외에 의상상과 미술상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게 돌아갔고 수상이 유력했던 주제가상은 장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Let it go'가 이변 없이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트렌스젠더로 나온 제러드 리토가 수상했고 여우조연상은 강력한 후보였던 <아메리칸 허슬>의 제니퍼 로렌스를 제치고 <노예 12년>에서 감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루피나 뇽에게 돌아갔다.


한편 지난 1929년 탄생 이후 올해로 86주년을 맞이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여 개 국가에 중계될 만큼 세계인들의 이목을 하나로 모으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상으로 사랑받아 왔다. 미국 현지서 3월 2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86회 시상식을 앞둔 올해도 예년 못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주)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주최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5천여 명 이상의 회원들이 참여하는 비밀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시상식이 열리는 연도 이전 해의 1월 1일 부터 12월 31일까지 LA 지역 극장에서 유료 관객을 대상으로 상영된 작품이면 후보작으로 출품이 가능하다. 


◇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리스트


▲작품상=노예 12년(스티브 맥퀸)

▲남우주연상=매튜 맥커너히(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여우주연상=케이트 블란쳇(블루 재스민)

▲남우조연상=자레드 레토(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여우조연상=루피타 뇽(노예 12년)

▲감독상=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각본상=스파이크 존즈(허)

▲각색상=존 리들리(노예 12년)

▲촬영상=엠마누엘 루베즈키(그래비티)

▲미술상=캐서린 마틴 외 1명(위대한 개츠비)

▲의상상=캐서린 마틴(위대한 개츠비)

▲편집상=알폰소 쿠아론 외 1명(그래비티)

▲음향상=Skip Lievsay 외 3명(그래비티)

▲음향편집상=Skip Lievsay 외 3명(그래비티)

▲시각효과상=팀 웨버 외 3명(그래비티)

▲분장상=아드루이사 리 외 1명(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음악상=스티븐 프라이스(그래비티)

▲주제가상=Kristen Anderson-Lopez 외 1명 'Let it go'(겨울왕국)

▲외국어영화상=더 그레이트 뷰티(파올로 소렌티노)

▲장편애니메이션상=겨울왕국(크리스 벅)

▲장편다큐멘터리상=트웬티 피트 프럼 스타덤(모건 네빌)

▲단편영화상=헬륨(에체 잔가)

▲단편애니메이션상=미스터 허블롯(로렌트 위츠)

▲단편다큐멘터리상=The Lady in Number 6: Music Saved My Life(말콤 클락 외 1명)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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