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엔

올 봄 캔디 컬러가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패션업계에도 다양한 컬러 바리에이션으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법이 주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컬러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컬러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좌우하는 감각 중 87%가 시각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이미지에 쉽게 반응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컬러는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경기불황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브랜드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컬러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런칭한 SPA 브랜드 「탑텐」은 심플한 디자인과 다양한 컬러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티셔츠, 맨투맨, 바람막이 점퍼, 백팩 등 주력상품을 최소 8개 이상의 컬러로 전개해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켰다.

이 브랜드는 ‘매 시즌 가장 필요한 10가지 아이템을 최고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한다’는 전략이 적중하면서 유통과 매출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70개 매장에서 1천50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8월에는 미국 LA 소스몰에 입점,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여성 영 캐릭터 브랜드 「듀엘」도 차별화된 컬러 전략으로 여성복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S/S에 런칭한 「듀엘」은 의류, 잡화, 주얼리에 과감한 디테일과 주목성 높은 컬러를 적용, 트렌드 리더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화려한 컬러와 꾸띠르적인 터치가 하이엔드와 영 캐주얼을 넘나드는 여성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런칭 첫 시즌 11개 매장으로 출발한 이 브랜드는 지난해 8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올해 3월까지 50개 매장을 확보했다.  

지난해 1천억원의 매출을 돌파한 「JDX」는 이번 시즌 세계적인 컬러 컨설턴트 마시모 까이아쪼와의 협업으로 컬러 혁신을 시도한다. ‘컬러로 스포츠를 디자인 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전개되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기존의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톤과 배색을 적용하고, 이태리 텍스타일 패턴을 도입해 역동적인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볼륨 캐주얼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한 「NII」도 ‘컬러’를 앞세운다. 이 브랜드는 베이직 아이템에 다양한 컬러를 접목한 ‘네오 클래식’을 기반으로 에이지리스, 시즌리스라는 마켓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볼륨화 전략이자, 트렌드 선도 브랜드라는 이미지 구축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컬러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컬러 키워드를 활용, 컬러의 특징을 재치 있게 반영한 펫네임 전략도 눈길을 끈다. 제품이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란 목적으로 사용하는 펫네임(애칭) 마케팅은 친근함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타 산업에서는 뷰티,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은 마케팅 기법이다.  

「아식스」는 런닝화 G1의 신제품에 펫네임을 붙이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오렌지를 신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의 ‘오렌지슈루슈’, 바나나 신고 신나게 슬라이드한다는 뜻의 ‘바나나슬라이’, 블루컬러의 신발을 신고 걸으면 기분이 룰루해진다는 뜻의 ‘블루룰루’ 등 4가지 컬러에 각기 다른 애칭을 붙이고, 배우 하지원과 이종석을 모델로 한 TV 광고를 노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광고에 사용된 듀엣송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깜찍한 커플댄스로 온라인 상에서 크게 인기몰이 중이다.

「바이크리페어샵」은 컬러 팬츠에 컬러별로 이름을 붙여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불타는 금요일에 어울리는 와인팬츠 ‘불금와인’, 멘탈(정신)이 붕괴될 정도로 화사한 노란색 ‘멘붕옐로’, 진짜 하늘색 컬러의 바지 ‘ 레알스카이’, 힐링이 될 것 같은 그린색 바지 ‘힐링 드린’, 볼수록 매력적인 코럴 ‘볼매코럴’, 귀여운 척 핑크 ‘귀척핑크’ 등 독특한 애칭을 붙여 메인 타켓인 20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한다.

이와 함께 발목이 보이는 길이로 롤업(roll-up)해 입는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팬츠와 어울리는 양말도 세트로 제안한다. 이에 대해 정우경 「바이크리페어샵」 팀장은 “20대 대학생들의 패션, 쇼핑문화, 관심사 등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연구했다. 독특한 컬러 네이밍 역시, 20대의 트렌드와 감성을 반영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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