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9-02-21

[리뷰] 신선한 호러, 2019 가을/겨울 구찌 컬렉션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2019 가을/겨울 구찌 컬렉션은 가면을 통해 이중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다루었다. 할리우드의 현란함과 화려함을 다룬 이전 패션쇼와 달리 다소 어움의 미학을 연출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 파워는 여전히 강력하다. 하락을 모르는 매출 신장이 그 증거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구찌를 통해 개성을 지향하는 패션 패러다임으로 지형을 바꾸었고, 젠더 규범을 넓게 확장시켜 젠더리스를 베이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잘나가던 그 역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 듯 최근 고초를 겪었다. 지난 2월 내내 논란이 된 '블랙페이스' 스웨터 출시 때문에 대중들로 부터 혼쭐이 났기 때문이다.

 

논란이 시작된 소셜 미디어 폭동, 크리에이티브 콜라보레이터 대퍼 단의 질책, 불매 운동, 마르코 비자리 구찌 CEO의 사내 편지와 할렘가 방문을 통한 공식 사과,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사과 편지 등에 이어 구찌 내부에서는 다양성과 문화적 인식을 높이는 장기적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 파리에서 2019 봄/여름 원-타임 컬렉션을 진행한 구찌는 다시 이태리로 돌아와 이번 시즌 밀라노패션위크의 오프닝 쇼를 장식하며 다시 주목을 받었다.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수요일, 런웨이 쇼장에는 관객을 위한 원형 좌석이 설치되었고, 관객들은 지금까지 선보인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쇼 중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고 의복적으로 보면 다소 공격적인 컬렉션에 둘러 싸였다.

 

사자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전장 북소리가 섞인 사운드트랙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동안, 벽 너머에는 눈이 시릴 정도로 밝게 번쩍이는 불빛들이 춤을 추었다.

 

이것은 할리우드의 현란함과 화려함을 보여준 이전 시즌과는 달리 첫번째 룩은 길고 날카로운 스파이크로 장식된 가면과 의상이 포함되었고, 이 스타일은 런웨이 내내 계속 불쑥불쑥 튀어 나와 어둠의 미학을 연출했다.

 

 

특히 가면이 입권이었다. 영화 '13일의 금요일'의 주인공 제이슨 부히스 가면, 2인치 길이의 스파이크가 달린 페티시 가면, 아래 턱선을 움켜진 발톱이 있는 거대한 놋쇠 독수리 등이 돋보였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패션쇼가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가면은 텅 비었지만 또한 가득차 있다. 그것은 감추고 드러낸다. 그것은 방어와 환영의 표시로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거나 그 반대다... 가면은 판매용이 아닌 런웨이를 위한 소품이었다"라고 밝혔다. 

 

어쨌든 가면의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시즌 구찌의 옷과 액세서리들은 보통 사람들도 쉽게 구별할 정도로 구찌스러웠다.

 

 

디자이너의 미학적 뒤범벅 안에 존재하는 두드러진 디테일인 어깨를 강조한 슈트, 오버사이즈 프린트의 캠프 셔츠, 빅토리아 시대의 블라우스, 스테이트먼트 아우터웨어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언제나처럼 '작은 것'들로 가득했으며 대부분의 아이템이 매우 개인적인 것들이었다. 심지어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친숙함 속에 편안함이 있었다.

 

그는 남녀가 착용하는 재킷을 입은 할머니 세대의 수수한 40년대 테일러링을 강조했다. 어깨는 날카롭고, 허리춤은 잘리고, 트라우저 밑부분은 발목 전체를 끈으로 묶었다.

 

 

많은 아이템들은 시침실 스티치 트레이싱 솔기 혹은 오버사이즈 라펠의 윤곽, 날것 느낌의 엣지로 인해 미완성 상태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피에로 칼라는 '아이스(ice)' '롤리(lolly)' '서커(sucker)'와 같은 넌센스 단어들이 도처에 등장한 것처럼, 어린 시절의 기발함과 순수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흥미롭게도, 이번 컬렉션을 보면서 다른 디자이너들의 시그너처도 다수 연상되었다. 삭스파츠(Saks Potts)의 스트리트 스타일 친화적인 아이템과 다소 비슷한 코트, 샤넬풍 디테일이 돋보이는 투피스 슈트, 디올의 코첼라 레디 버전에서 뽑아낸 듯한 투명한 얼굴 가리개가 달린 헬멧 같은 모자 등이 그것이었다.

 

 

이제 오마주를 통한 레플리카와 카피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액세서리 역시 예전과 다름없이 강력했다.

 

믹스 소재의 스니커즈, 투-톤 로퍼, 인조 모피 스톨, 크로스바디와 사이트 스트랩이 있는 작고 멀티한 기능의 더플 백, 구찌 로고가 새겨진 스파이크 초커와 무릎패드 등이 돋보였다. 특히 여성을 위한 스니커즈가 눈길을 끌었으며 일부 모델들은 핸드백처럼 끈으로 묶은 스니커즈를 운반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스니커즈를 '게임 체인저'라고 불렀다. 여성들을 힐로 부터 해방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시즌에 자주 등장했던 메이저 리그 야구 컨퍼런스는 하나도 없었고, 로고 역시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조용하고 분명한 구찌였다. 하지만 디자이너 특유의 패션 미학인 기이함은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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