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07-25

크리스찬 루부탱의 쿠바 올림픽 유니폼에 대한 단상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이 디자인한 쿠바 올림픽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역대 국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 유니폼으로 극찬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개폐막식에 착용할 유니폼을 위해 프로 선수에서 리테일러로 변신한 앙리 타이와 제휴해 공동으로 작업했다.




지난 7월 23일(현지 시간) 쿠바의 미구엘 디아즈 카넬 부통령은 리오 데 자네이로로 향하는 120명의 쿠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웅하며 선전을 당부했다. 선수들은 레드와 전형적인 국기를 효과적으로 배치한 새 유니폼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럭셔리 신발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과 전직 프로 핸드볼 선수 출신이자 프랑스 온라인 리테일 샵 '스포츠앙리닷컴' 설립자인 앙리 타이(Henri Tai)는 올림픽 폐막식에서 쿠바 선수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모든 피스들은 전 현직 쿠바 올림픽 선수들과의 협의를 통해 디자인과 피팅이 진행되었다. 이는 쿠바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폼 컬렉션이 다른 패션과 차별화되는 몇가지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기점으로 쿠바는 패션 브랜드의 영감의 원천으로 부각했으며 또한 마케팅의 신천지로 부상했다. 53년 동안 미국과 국교 단절로 인해 고립되어 있던 쿠바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현실적 혹은 모던한 방법으로 쿠바의 문화를 결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로 혁명 전 잘 나갔던 쿠바의 옛 영광을 선택한 쿠바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열린 스텔라 맥카트니의 2016 리조트 프리젠테이션의 경우, 스텔라 맥카트니는 컬렉션의 밝은 플로랄과 다체로움, 볼륨감있는 드레스를 부각시키기 위해 쿠바의 축제 아이디어를 무대에 올렸다. 심지어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시가를 피우며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는 체 게바라와 피텔 카스트로를 닮은 사람을 고용하기도 했다. 그 때 이후로 거의 모든 주요 잡지들은 패션 화보 촬영지로 쿠바를 선택했고, 반면에 디자이너들은 쿠바로 인스타그램-레디 인스피레이션 여행을 떠났다. 따라서 모든 사진의 배경에는 기묘한 보존과 빈곤을 혼동하는 화려한 자동차가 대부분 등장했다.    




샤넬의 2017 리조트 런웨이 쇼는 압권이었다. 브랜드는 '비바 코코 리브레(Viva Coco Nibre)'라는 단어가 들어간 셔츠에 게바라 스타일의 베레모를 쓴 모델들이 등장했다. 샤넬은 며칠간의 행사를 위해 약 700명의 여행객을 비행기로 공수했다. 칼 라거펠트는 <더 컷>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나의 쿠바 비전의 모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한 리조트 쇼에서 다양한 시장의 고객 확장을 노렸던 샤넬은 쿠바에서는 판매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샤넬의 부르노 파블로브스키 회장은 "핵심은 올해의 나머지 부분을 위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그 옷들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쿠바에 대한 표면적이고 복원주의적 접근의 유일한 예외는 바로 미국 브랜드 프로엔자 스콜러의 리조트와 2016 봄/여름 컬렉션이었다. 듀오 디자이너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즈는 쿠바를 방문했으며, 헤어졌던 가족들을 쿠바에서 만났다. 그 경험들은 혁명 전 모티프를 반복하지 않은 활기 넘치는 텍스처 컬렉션에 영감을 주었다.       


크리스찬 루부탱과 앙리 타이는 이번 올림픽 프로젝트에 대해  2년 전 쿠바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쿠바 국가대표팀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아래 동영상을 통해 설명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선수들이 입을 유니폼은 쿠바의 디자인 재능을 선보이는 기회이기도 하며 공산주의 국가 쿠바 정부가 프랑스 남자들의 디자인을 승인한 점이 매우 흥미롭다..보도에 따르면 쿠바 주재 프랑스 대사 역시 이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국가 대표팀의 유니폼 디자인 등 어떤 정보도 엄격히 제한되었던 과거에 비해  이례적인 쿠바 정부의 조치다. 마찬가지로, 다른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역시 올해 국가 대표팀의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 최초로 유명한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크리스찬 루부탱과 앙리 타이는 이번 쿠바 선수들의 유니폼 디자인을 위해 전 현직 쿠바 선수들의 피드백을 모두 통합한 명확한 쿠바적 요소를 주입하기 위해 애썼다. 대담한 그래픽 스니커즈와 키튼 힐, 게바라에서 영감을 받은 재킷과 눈에 띄게 배치된 국기 패치 등이 그 좋은 예다. 특유의 날카로운 2016 유니폼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 남녀 대표단이 입었던 옐로우 재킷에 비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쩌면 유니폼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변신시킨 셈이다.




확실히 이번 디자인 프로젝트는 크리스찬 루부탱과 앙리 타이에게는 환상적인 마케팅 기회였다. 쿠바 정부는 리오 올림픽에서 쿠바 대표팀과 쿠바의 미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빈곤과 불의는 여전히 쿠바의 큰 잠재력을 억제하고 있지만, 전세계가 주목하는 리오 올림픽을 통해 강력한 쿠바의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쿠바 정부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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