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6-01-13 |
[추모특집] 지구 별에서 화성 룩을 선보인 데이빗 보위 패션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뮤지션 데이빗 보위가 오랜 암 투병 끝에 69세의 나이로 지난 10일 자택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그가 패션에 영향을 미쳤던 순간들을 되돌아 본다.
2016년 1월 10일, 데이빗 보위는 오랜만의 신작이자 47번째 앨범인 '블랙스타'를 발매한지 두어 달, 그의 69번째 생일을 맞은 지 이틀 후에 지구별과 작별을 고했다. 18개월 동안의 암투병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아들 던컨 존스가 SNS를 통해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는 20세기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술가로 꼽히며 중성적인 외모와 화려하고 독특한 차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음악으로 전 세계 음악 & 패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969년 스스로를 화성에서 온 메시아 '지지 스타더스트'로 불렀던 데이빗 보위는 결국 69년간의 긴 지구 여행을 마치고 고향별 화성으로 돌아갔다.
지난 40년동안, 혁명가이자 문화 카멜레온으로 잘 알려진 데이빗 보위는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무시하고 글램 록(Glam Rock)을 시작했으며, 패션 세계를 또다른 궤도로 이끈 환상적인 아방가르드 스타일 메들리를 통해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불멸의 스타일 히스토리를 만들었다. 여장을 하고 무대에 서는가 하면 앤디 워홀 같은 미술가와 교류하며 팝아트와 록음악을 융합시키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는 평생 자기 자신을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로 불리는 화성에서 온 화성 메시아로, 그리고 톰 소령(Major Tom)이라 불리는 쾌락주이적인 우주비행사로, 또한 신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로 알려진 거대한 코카인 중독과 함께 수척해진 좀비로 다양하게 변신했다.
데이빗 보위는 인류가 처음 달에 착륙한 지난 1969년 발표한 싱글 앨범 수록곡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우주선에 탑승한 톰이라는 이름의 우주선장과 지상기지와의 대화내용이 가사의 주를 이루는 독특한 곡으로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도입부로 유명하다. 특히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도 주인공이 공포를 이겨내고 이륙하는 헬리곱터에 뛰어드는 장면에 그의 노래가 나와 화제가 되었다.
3년 뒤인 1972년 데이빗 보위는 자신을 '지기 스타더스트'라고 칭하며 내놓은 외계인과 우주에 관한 음반인 '더 라이즈 앤드 폴 오브 지기 스타더스트 앤드 더 스파이더스 프롬 마스(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는 화려한 의상과 기상천외한 메이크업의 투어 공연으로 유명하다. 기괴하면서도 신비롭고 화려한 이 음반에 대해 전문지 롤링스톤은 '역대 가장 위대한 록 앨범 50' 중 하나로 선정했다.
70년대 중반에는 종말론적 관점을 담은 '신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 댄스음악으로 최첨단 시도를 한 '레츠 댄스'(Let's Dance) 등으로 음악적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유럽식 일렉트로닉과 기타 중심의 빠른 메탈까지 넘나드는 등 다양하고 기발한 시도를 했었다. 결론적으로 데이빗 보위의 잊을 수 없는 생애는 그의 삶 자체가 패션과 음악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장 폴 고티에부터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패션에 영향을 미친 그의 흔적을 추적해 본다.
리카르도 티시의 2010 봄/여름 컬렉션에 선보인 기하학적 스트라이프의 블랙 & 화이트 저지 재킷은 데이빗 보위가 1973년에 히트를 친 '알라딘 세인' 공연을 하는 동안 입었던 것과 아주 비슷하게 만들었다.
글램 록의 추종자인 록 가수 마릴린 맨슨의 1998년 메커니컬 애니멀 앨범을 통해 창조자 데이빗 보위에 대한 존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무도 영화 <라비린스>에 주인공으로 나온 데이빗 보위처럼 머리털이 덥수룩한 코이프에 근접할 수 없지만, 2003년에 선보인 스카렛 요한슨의 강력한 멀렛(mullet, 앞은 짧고 옆과 뒤는 긴 남자 헤어스타일)은 아주 비슷하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선보인 2011 봄/여름과 2013년 봄/여름 컬렉션 그리고 2013 가을/겨을 쿠틔르 컬렉션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데이빗 보위다. 에일리언 특사라는 긍정적인 증거는 아직도 건재하다.
지난 2014년 데이빗 보위가 브리츠 어워즈에서 베스트 남성 훈장을 받았을 때 케이트 모스는 옛날에 데이빗 보위가 입었던 옷과 똑같은 친구의 원시(onesie, 위 아래가 하나로 된 우주복 스타일)를 입고 나타나 베스트 리피트 퍼포먼스로 상을 받았다. 데이빗 보위가 쓴 수락 연설을 읽는 동안 슈퍼 모델은 관객들에게 "일본 신화에 나의 오래된 옷에 있는 토끼는 케이트가 달에서 실제 입고 있는 것이다, 케이트는 금성에서 왔고 나는 화성에서 왔다"고 말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기억하는 데이빗 보위를 처음 본 것은 어린 시절 네덜란드 텔레비전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란군, 반란군'을 공연했고, 내게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이미지이자 영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디자이너는 그에게 영감을 받아 같은 해에 두번이나 데이빗 보위를 연상케하는 쇼를 선보였다. 그의 2011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의 카바레 스타일 슈트로 돌아 갔고, 2011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에서는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에 대한 경의를 표현했다.
매번 한 해 씩 걸러 <보그>나 혹은 다른 잡지의 한 호만이 데이빗 보위로 부터 영감받은 패션 화보를 진행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2003년 영국판 <보그>와 2011년 파리판 <보그>를 위한 케이트 모스의 표지는 둘 다 압권이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데이빗 보위에 대한 매력은 2013 봄/여름 컬렉션의 우주 시대 샌들 형태로 선보였다. 이것은 70년대 히트를 친 음악 '스페이스맨'에서 신었던 간사이 야마모토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상기시켰다.
브래들리 쿠퍼가 치료받은 좀비인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로 변신했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 '갈채(Applause)'나 혹은 '저스트 댄스(Just Dance)' 비디오를 열심히 보다 보면 데이빗 보위의 '알라딘 세인' 앨범 커버가 모던하게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창 시절 밴드 활동을 했던 디자이너 에디 슬리만은 지난 2010년
2009년, 모델 캔디스 스와네포엘은 칸사이 야마모트가 디자인한 악명높은 지기 스타더스트 슈트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비대칭 점프 슈트를 입고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 쇼 무대를 뽐내며 걸어 내려갔다.
가수 리한나는 2010년에 열린 '펩시 슈퍼 볼 팬 잼'에서 똑같은 느낌이 옷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클로젯 슈퍼팬'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미우 미우를 위한 그녀의 2012 가을/겨울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1971년 뮤직 비디오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를 리메이크했다.
틸다 스윈턴과 데이빗 보위가 같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컬트 팬들의 분파가 있다. 하지만 둘은 분명 다르다. 데이빗 보위가 사망했으니 진실은 곧 드러날 듯.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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