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2015-01-14

20세기 패션의 라스트 앙팡테리블, 존 갈리아노의 귀환

2015년 1월 12일, 이 시대의 마지막 꾸띄리에 존 갈리아노가 드디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데뷔 컬렉션을 가지며 귀환했다. 극도의 해체주의와 미니멀리즘의 세계를 가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 존 갈리아노의 특별한 만남은 패션 필드의 기대를 충족시킨 컬렉션이었다는 평이다




거의 36개월 만에 돌아온 존 갈리아노가 자신의 고향인 런던에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데뷔 컬렉션을 가졌다.

 

파리 카페에서 인종주의와 반 유대 발언으로 디올에서 해고된 지 3년 만에 돌아온 존 갈리아노는 자신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첫 데뷔쇼는 더 극적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패션쇼에 대한 평가는 비평가와 관객들에게 달려있다.

 

갈리아노의 공식 컴백쇼에는 패션계의 거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오랫동안 그를 후원한 안타 윈투어()와 그 옆에는 버버리의 CEO 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앉았다. 안나 윈투어는 갈리아노의 극적인 몰락 이후 거의 매일 그에게 전화를 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랑방의 크리이에티브 디렉터인 이스라엘 출신의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 한 때 런던 패션 위크의 스타였던 터키 출신의 디자이너 리팟 오즈백, 존 갈리아노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케이트 모스, 갈리아노 쇼의 신발을 디자인한 마놀로 블라닉 등이 거물급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패션 저널리스트들의 관심도 지대했다.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 프랑스와 이태리판 <보그>, 스페인판 <하퍼스 바자> 등 각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취재를 위해 쇼장을 찾았다. 소수였지만 바니스뉴욕부터 이태리 백화점 체인 라리나센테 등 리테일러들도 있었다.

 

특히 30년 전 그의 졸업 작품전에 선보인 8벌 의상을 모두 구매했던 런던의 유명 부티크 브라운도 참석했다. 소수의 바이어들이 참석하는 것은 꾸띄르 쇼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그의 인지도와는 관련이 없다.

 

어쨌든 브라운과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지난 1984, 존 갈리아노는 세인트 마틴의 졸업 패션쇼에서 프랑스 대혁명에서 영감을 얻은 믿을 수 없는이라는 제목의 컬렉션으로 상을 받았는데, 8벌의 유니섹스 룩으로 구성된 그의 작품들은 런던 최고의 부티크 '브라운'에 모두 팔렸다.

 

그는 미디어와 업계의 큰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이후 존 갈리아노는 곧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고, 1984년부터 1989년까지 런던 컬렉션에 참여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꼼 데 가르송 풍의 복잡한 재킷과 16세기 아티스트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himboldo)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페이스의 부조를 형성하는 옻칠 껍질과 다른 오브제를 장식으로 사용한 트렌치코트 등은 과거 존 갈리아노의 활기넘치는 귀여움과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치 디올을 입고 반짝이는 립스틱을 바른 메이크업은 다소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해체주의적인 수트와 화이트 린넨 천으로 만든 드레스들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역사를 지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흥미를 모은 섹션은 믿을 수 없는 심플한 플로어 길이, 레드 컬러의 칼럼 드레스, 오버사이즈 블랙 트라우저 수트로 모두 우아하고 정교했다.

 

하지만 100% 메종 마틴 마지엘라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존 갈리아노 스타일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메종 마틴 마지엘라에 걸맞게 존 갈리아노 역시 상당히 자신의 스타일을 절제한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없는 특유의 갈리아노 스타일은 쇼 군데군데에서 엿보였다. 지브라 무늬 재킷과 레드 스커트 룩이 그 좋은 예였다. 물론 마틴 마르지엘라의 마니아들이 볼 때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겠지만 컨버전스와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요즘 트렌드에 비추어 봤을 때 갈리아노+마지엘라 칵테일의 묘미는 둘의 미학은 넘어선 또 다른 융복합 패션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실 이번 쇼는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오뜨 꾸띄르 쇼는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존 갈리아노의 귀환이 아닐까 한다. 지난 3년간의 노마드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 메이저 뉴스메이커로 우리에게 돌아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존 갈리아노가 후배인 마틴 마르지엘라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초심으로 돌아온 반증이 아닐까 한다.




존 갈리아노의 절친이자 믿음직한 후원자인 안나 윈투어의 입김 때문인지 몰라도 미국판 <보그> 인스타그램이 그의 컬렉션을 제일 먼저 포스팅했다.'해체주의(Deconstructed)'.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컬렉션을 본 짤막한 한 줄 평이었다. 말 그대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가 선보인 웨딩스레스는 해체주의를 완벽하게 표현한, 음산하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담았다.

 

패션 평론가 수지 멘키스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갈리아노를 응원했다. 그녀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컬렉션의 룩 별로 디자이너의 마음을 날카롭게 캐치했다. 섹시한 데님 쇼츠를 연출한 룩에서는 케이트모스의 락 페스티벌 룩이 떠오른다는 멘트를 남겼고, 블랙 뷔스티에와 미니 스커트를 매치한 비대칭 룩에는 섹시한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의 데뷔 컬렉션을 평가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쇼를 보고 난 뒤 마치 힐링 타임을 가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뉴욕과 밀란 중심의 지나치게 커머셜해진 요즘 레디 투 웨어 패션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아마도 패션 판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특히 피날레를 장식한 드라마틱한 크림색 드레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쿠튀르 쇼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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