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20-07-24

음원도 싹쓸이 패션도 싹쓸이! 응답했다 역대급 뉴트로 패션!

3인조 혼성그룹 '싹쓰리'의 데뷔곡 ‘다시 여기 바닷가’가 주요 음원차트 1위 기록에 이어 패션까지 싹쓸이했다. 싹스리 효과가 패션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크롭 탑과 와이드-레그 팬츠, 형광 컬러가 올 여름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바로 90년대 뉴트로 바람이다.


물론 90년대 복고풍은 전 세계적인 올 여름 빅 트렌드지만 갑자기 등장한 UFO '싹쓰리' 덕분에 한국에서의 파급 효과는 훨씬 막강하다. 90년대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노래와 30년 세월을 뛰어 넘어 2020년대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90년대 뉴트로 패션이 화제다.



보통 트렌드는 이론적으로 2,30년을 주기로 반복되지만, 90년대 복고풍은 국내에서 반짝 유행했던 5년 전에 이어 다시 부활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뉴트로 바람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90년대 스테디셀러인 크롭 탑과 나팔 바지에 강렬한 형광 컬러가 양념으로 추가되었다. 애초에는 올 여름빅 트렌드인 형광 컬러가 국내 소비자들이 소화하기에 다소 강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싹쓰리'의 뮤직 비디오 덕분에 그 경계가 무너졌다.




사실 90년대 스타일로 무장한 3인조 혼성 그룹 '싹쓰리'는 정식 그룹이 아니라 MBC TV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까지 총 3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는 7월 25일 TV 프로그램 '음악중심'을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다.


현재 MBC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3인조 혼성그룹 싹쓰리는 준비 과정을 담은 에피소드를 매주 토요일 방송해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다. 


3인조 혼성그룹은 듀스의 1994년 히트곡 '여름 안에서'를 리메이크한 곡과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데뷔 곡을 발표한 뒤 3명의 아티스트들이 90년대 뉴트로 패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고 뮤직 비디오를 찍는 과정이 방송을 타면서 눈길을 끌었다.




'여름 안에서'와 '다시 여기 바닷가'는 발표되자 마자 각종 음원 차트를 올킬한데 이어뮤직 비디오를 통해 선보인 90년대 풍의 뉴트로 패션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재방송까지 포함하면 수 많은 대한민국 청춘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기 때문에 90년대 뉴트로 패션은  깜짝 유행인 패드적인 요소까지 가미되어, 10대와 20대 젊은이를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국내 내셔널 브랜드도 90년대 뉴트로 패션을 발빠르게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먼저 뮤직 비디오 '여름 안에서'에서 이효리는 블루 야구 유니폼, 망사로 만든 롱-슬리브 탑을 입고 여기에 커다란 후프귀걸이를 착용하고 90년대 풍 메이크업으로 뉴트로 룩을 마무리했다. 


유재석은 올 화이트 스타일에 블랙 베레모와 블랙 에비에이터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무릎까지 내려 오는 긴 벨트를 착용해 옛날 뮤직비디오 스타 같은 친근함을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비는 그만의 시그너처인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를 입고 복근을 과감하게 노출하고, 여기에 화이트 팬츠를 매치해 90년대 뉴트로 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황금용 조각 지팡이까지 짚은 모습은 90년대의 노스탈지아의 상징처럼 보였다.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된 에피소드에서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싹쓰리의 앨범 재킷 촬영을 위해 90년대 뉴트로 컨셉으로 화보 촬영을 코디하는 장면도 나온다.


싹쓰리의 깜짝 스타일리스트 나선 한혜연은 멤버별로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던 90년대 미국의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디-라이트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이어 그녀는 "홍일점 린다G(이효리)는 가장 튀고 에너제틱하게, 유두래곤(유재석)은 베레모 등으로 복고풍 느낌을 강하게, 체격이 좋고 춤을 많이 추는 비룡(비)은 90년대 힙합 스타일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싹쓰리는 총 3컷의 앨범 화보 사진을 찍었다.


먼저 이효리는 허리에 벨트 백을 맨 깅엄 패턴의 집업 드레스에 미래적인 분위기의 선글라스를 써 60년대 영국에서 유행했던 '모즈룩'을 90년대풍으로 변주했다. 손으로 직접 짠 니트 미니 스커트, 플랫폼 슈즈, 그린 그래픽 패턴의 레깅스와 머리에 쓴 그린 반다나 등 수많은 90년대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비는 오버사이즈 재킷, 버뮤다 팬츠, 버킷 햇 등을 매치해 전형적인 90년대 힙합 패션을 연출했다. 유재석은 나팔 바지와 와이드 라펠 슈트 재킷 등으로 펑키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한편, 헤어 밴드와 점프슈트로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을 재현하기도 했다.


그럼 90년대 복고 트렌드가 주목받는 것은 단지 3인조 혼성 그룹만의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90년대가 2000년대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것일까? 재미있는 것은 싹쓰리가 입은 90년대 뉴트로 스타일의 옷들이 올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출시된 신상이라는 사실이다.




이효리가 입은 깅엄 패턴 집업 드레스는 루이 비통, 초록색 그래픽 레깅스는 몽클레르, 비가 입은 컬러 블록 재킷은 프라다, 보머 재킷은 디올 옴므 제품이다. 유재석이 입은 복고풍 슈트는 2020 봄여름 구찌 컬렉션에서 선보인 제품이다. 즉 90년대를 2020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스타일이다.


보통 트랜드 전문가들은 90년대를 '패션 황금시대'라고 부른다. 90년대는 뉴밀레니얼을 10년 앞둔 혼돈의 시기였다. 심플한 미니멀 패션부터 아방가르드, 과장된 패션, 모던 패션과 포스트모던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사조가 섞여 있는 다양성의 시대였다.




1990년대와 2020년는 이미 다양성이라는 화두로 일맥상통하고 있으며, 특히 개인의 취향을 강조했던 9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는 2020년의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와 코드가 잘 맞아 떨어진다.


결국 밀레니얼 및 Z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7,80년대보다 개인의 취향을 강조했던 90년대를 적극적으로 흡수해 뉴트로라는 트렌드로 재생산했다.


물론 한국의 경제 성장도 한 몫했다. 80년대 한국은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게임을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90년대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또한 90년대에 다양한 외국 브랜드로 국내에 도입되며 패션감각이 향상되었다.


이런 가운데  '오렌지족' 내지 'X세대'로 불리는 부유하고 버릇없는 신세대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노땅으로 밀어낸 X-세대의 등장에는 스타일이나 의식적인 측면에서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역할이 컸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여행 자율화 조치로 인해 쉽게 해외 여행을 하면서 글로벌 안목이 높아진 현재의 3040세대들은 해외 스트리트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을 압구정을 비롯한 패션 거리에서 과감한 시도했다.


결국 그들만의  패션 해방구를 만들어 기성 세대와 경계를 만들었지만 그 노스탈지아는 30년이 지난 지금, 자식이나 조카뻘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과의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현재 싹쓰리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아이돌', '페이크 러브', 'DNA' 등 BTS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아트 디렉터 룸펜스(최용석 감독)를 함께 뮤직 비디오 작업을 하고 있다.


방송에서 신곡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 비디오 제작비를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룸펜스는 "이효리, 비, 유재석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기획했다"고 대답해 제작비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시사했다.



솔직하고 남다른 유머 감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효리는 방송에서 프로그램 예산과 타협하지 않고 '톱스타'로서 후원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데뷔도 하지 않은 싹스리를 이용하려는 업체들은 이미 줄을 서 있는 상태라고 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효리, 비, 유재석 등이 유력 톱스타인 만큼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반짝 유행을 노린 의류업체와의 싹쓰리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대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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