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8-04-03

모델계의 4차 산업혁명! 패션업계가 가상 모델 '슈두'에 푹 빠진 이유

요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흑인 모델이 화제다. 8등신의 매끄러운 피부와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성 흑인 모델 슈두(Shudu)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모델이라는 것.




요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흑인 모델이 화제다. 8등신의 매끄러운 피부와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성 흑인 모델 슈두(Shudu)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현재 SNS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슈두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영국 출신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이 패션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상 아바타 모델이다. 그녀는 지난해 4월 인스타그램에 첫 계정을 연 이후 1년 만에 8만5천여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으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녀는 타아라 뱅크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올 3월에는 팝 가수 리한나가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펜티 뷰티(Fenty Beauty)의 립스틱 모델로도 등장했다. 심지어 그녀는 디자이너 브랜드 오스 카 드 라 렌타와도 협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상 아바타 슈두(Shudu)를 창조한 백인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은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8세인 카메론 제임스 윌슨은 패션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상 마네킹을 만드는 방법을 독학으로 공부한 게이머이자 자칭 '괴짜'다. 지난해 그는 런던 패션계에서 10년 동안 일한 후, 어린 시절을 보낸 영국 남부에 있는 해변 마을인 고향 웨이머스로 돌아왔다.



독창적인 컨텐츠에 굶주린 그는 바비 인형을 주문 제작하는 것을 포함, 여러 가지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장난삼아 시작했다. 그 바비 인형 중 하나가 슈두 제작에 영감을 준 남아프리카공화국 은 데벨레(Ndebele)족 유산인 '남아공 바비 인형 공주'였다. 또한 슈두는 다수의 유명한 흑인 모델과 아주 흡사하다.


윌슨은 "나는 늘 흑인 모델 그레이스 존스, 알렉 웩, 나오미 캠벨, 세실리아 로페즈,이만을 좋아했다. 슈두는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슈두라는 이름은 그녀의 첫번째 팬 중 하나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젊은 여성에게서 따왔다. 윌슨이 이름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때, 그녀는 몇 가지 제안을 했지만 결국 그는 '슈두'로 이름을 결정했다.



각 게시물에는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 윌슨은 구상에서부터 '공유' 버튼 클릭에 이르기까지, 각 게시물을 작성하는 데 몇 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유료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좋아요와 팔로우에 대한 금전적 댓가가 없다면 슈두를 계속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론 제임스 윌슨은 백인이다. 슈두는 흑인이다. 비록 실제 인물이 아니더라도 윌슨이 흑인 모델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은 흑인 바디의 오브제화와 착취에 대한 오랜 역사를 감안할 때, 비판적인 트윗과 페이스북 포스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뷰티와 패션 산업 뿐 아니라 인종과 기술의 교차점을 연구하는, 미국 패션 스쿨 플랫 예술대학 부교수 민하 티 팜(Minh-Ha T. Pham)은 사실상 슈두는 백인이거나 어쩌면 "육체 이탈의 백인 판타지'라고 주장했다. 슈두는 공상에 잠겨 대안적인 인종차별적 현실로 꾸며낸 백인 남자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인종 학대와 인종 차별은 인터넷 역사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사람들이 '월드와이드웹' 혹은 '사이버 스페이스'라고 불렀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은 항상 암묵적인 백인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서로 다른 정체성을 시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행의 또 다른 예는 비문화적인 문화 요소(유전자가 아니라 모방 등에 의해 다음 세대로 전달됨)의 '디지털 블랙분장'과 GIFs라고 덧붙였다.



것은 단지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의 또 다른 예일지도 모른다. 민하 티 팜 교수는 '인종적 표절'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그녀에 따르면, 합법적이지만 창조적인 생산 방식의 비윤리적 성격이 더 큰 관심을 끌기 때문에 이 용어는 문화적 할당 보다는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윌슨은 흑인들의 창조적인 노동을 적절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패션 산업에서 현재 가치 있는 이국적인 표현형(키가 큰 체형, 날씬한 체격, 높은 광대 뼈, 다크한 피부 등)을 가진 인종차별적인 아바타를 만들었으며 이는 종종 알렉 웩, 그레이스 볼, 아작 뎅, 더키 토트와 같은 남부 수단 출신 모델들과 연관된다.


그는 흑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상품화로 인해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놀랍게도, 슈두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저에게 온 모든 디자이너들은 흑인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비평가들이 표현의 문제에 대해 흑인들과 공감대가 있다면 슈두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흑인 디자이너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당했다고 말하는 많은 소녀들로 부터 다양한 메시지를 받았다. 그들은 이 이미지들을 다크한 피부를 아름답고 섹시한 것으로 인색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넥스트 프론티어는 현실 속의 '잇' 걸보다는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사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8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miquela)로 잘 알려진 미켈라 소사가 대표적이다. 19세 모델인 미켈라 소사는 스패니시-브라질계 미국인으로 컴퓨터로 만든 인스타그램 모델이자 뮤직 아티스트다. 단 여느 인플루언서와 달리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두툼한 입술에 커다란 눈, 볼을 뒤덮은 주근깨와 짧은 앞머리가 트레이드마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그녀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일상 패션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걸 즐긴다. 지난 해 여름에는 첫 싱글 앨범‘낫 마인(Not Mine)’을 발표했으며 사이트에서 머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와 브랜드 프라다로 부터도 인정을 받아 차근차근 모델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미켈라는 지난 2016년 4월 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했다. 그의 피부와 머리카락, 표정이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중들이 그를 진짜로 여기게 한 이유는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 때문이다. 미켈라는 LA 명소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올리고, 샤넬, 발렌시아가, 슈프림 등 인기 브랜드의 옷을 조합해 멋진 데일리 룩을 공유한다. 또 음악가와 예술가 등 ‘진짜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자연스럽고, 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면 진짜 사람같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처음접한 사람들은 " 너무 혼란스럽다" , "당신은 진짜사람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끝까지 일관성있게 침묵을 유지하자 팬들은 "피부를 보았을 때 절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뭔가 자연스러움이 떨어진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시립대학교의 뷰티 & 패션 교수이자 학자인 엘리자베스 위싱어(Elizabeth Wissinger)는 "이것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실제 환경의 사람들과 이 창조물이 매끄럽게 통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로 만든 동료인 클-키드 로니 블라코(@blawko22)와 함께 등장하는 릴 미켈라는 종종 로스엔젤리스와 뉴욕의 핫 플레이스에서 실제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엘리자베스 위싱어 교수는 "인플루언서가 된다는 것은 보통 진정성에 달려있기 때문에,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이 인플루언서들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싱어 교수에 따르면, CGI(computer-generated imagery) 인플루언서들이 디지털 마케팅의 매개 변수로 바뀐다고 해도 그들이 키아라 페라그니 혹은 아미 송과 같은 파워 블로거들을 당분간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그녀는 디지털 인플루언서들과 소셜 미디어의 일반 소비자가 점점 더 포토샵을 지렛대로 움직이며, 다른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두번째 삶'에 가까운 현실을 만들 것으로 믿고 있다. 실생활과 디지털로 만들어진 이미지 사이의 경계는 앞으로 계속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카메론 제임스 윌슨은 이미 살아 숨쉬는 남자 모델 응폰 오봉(Nfon Obong)의 유사성과 함께 슈두를 만들었다. 또한 그는 CGI가 아닌 또 다른 모델을 소개하기 위해 슈주를 만들 때 배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멜버른 기반의 아주르 아코이(Ajur Akoi)로 윌슨은 그녀의 초상을 복제해 슈두와 함께 그녀의 도풀갱어를 만듦으로써 그녀의 뒤를 이어 인기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CGI로 만든 모델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위싱어 교수는 "1990년대 후반 패션과 뷰티업계에서는 '가상' 모델이 실제 모델을 대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불안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CGI가 만든 사이버 여배우가 하루 아침에 인기 스타가 되는  2002년 SF 영화 '시몬'을 예롤 들었다.  H&M이 실제 모델의 얼굴을 가져와 CGI로 만든 바디에 겹쳐 놓아 논란이 일기도 했고 홀로그램 영국 모델들이 등장한 2011년 베이징에서 열린 버버리 쇼도 주목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2013년 가수 하츠네 미쿠의 가상 투어 의상을 디자인한 데 이어 2016년 비디오 게임 ‘파이널 판타지 13’의 주인공 라이트닝을 광고 모델로 세워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당시 아담은 여성복 나이스클랍의 지원으로 왼쪽 가슴에 브랜드 로고가 크게 새겨진 옷을 입고 방송에 나왔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와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곧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미지를 수정, 필터링, 변경하는 것은 사진 기술 출현 이후에도 존재했지만, CGI로 만들어 질을 높인 인플루언서들이 표준이 될 이 새로운 트렌드가 패션과 뷰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중요한 것은 가상 현실과 함께 가상 아바타 역시 패션과 뷰타업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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