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03-27

2016 F/W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 베스트 10 컬렉션

2016 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지난 22일 시작되어 5일간의 행사를 마쳤다. 문래동 대선제분 옛 공장로 장소를 바꾼 젊은 이머징 디자이너들의 열기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27명의 젊은 신진들이 참가한 2016 F/W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 컬렉션의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5~60년대를 연상시키는 빛 바랜 낡은 회색 벽면과 슬레이드 지붕, 건물 안 녹슨 철조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대선제분 옛 공장건물과 패션 디자이너로의 비상을 꿈꾸는 젊은 신진 디자이너(emerging designers)들의 젊은 열정은 묘화 대비를 이루면서 아울러 조화를 이루었다. 130년이 넘는 대한민국 서양 패션의 흐름 속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선배 디자이너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콘템포러리 젊은 디자이너들의 열기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장 안의 스팀처럼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미 몇번의 쇼를 한 적이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 서울패션위크라는 무대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 초보 신진 디자이너들도 많았다. 다소 어설프고 완성도가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백스테이지에서 만든 젊은 청춘들의 열정만은 이미 탑 디자이너 그 이상이었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들 신진 디자이너들은 이제 반이라는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마이 웨이를 가는 이들 젊은 피들의 당당함은 과거에 생계형으로 디자이너들을 시작한 선배 디자이너들과 달리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도 가지고 있었다. 유학파와 국내파와 전공자가 비전공자가 혼재했던 이번 2016 가을/겨울 제너레이션넥스트 컬렉션은 트레이드쇼를 함께 진행해 바이어들로 부터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컨템포러리 스트리트 감성을 반영한 실루엣과 후디와 같은 유니섹스 캐주얼, 오버사이즈 코트, 패턴 플레이, 이질적인 소재의 믹스&매치를 통한 패블릭 클로킹이 대세를 이루었고 특히 젠더리스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남여성복의 구분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남성보과 여성복을 함께 선보였다. 대한민국 패션을 미래를 짊어진 신진 디자이너의 개성넘치는 컬렉션을 통해 미래의 스타 디자이너들을 미리 만나보자.  


2016 F/W NINETEENEIGHTY Collection


지난 2012년에 ‘나인틴에이티’ 라벨을 런칭한 디자이너 문정욱은 늘 자신만의 대중적인 착장 방식으로 디자인을 전개한다. 이번 시즌 그는 문래동에 위치한 대선제분의 옛 공장 터에 보금자리를 튼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첫 날이었지만 쇼 장에는 많은 해외 바이어와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해 K-패션의 라이징 스타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전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와 달리 오래된 느낌을 주는 쇼 장 느낌과 젊은 열정이 느껴지는 신선함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마치 젊은 디자이너들의 감성과 열정을 끌어안은 자궁과 같은 아늑한 공간이었다.  
어느새 30대 중반에 들어선 디자이너 문정욱은 20대와 40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에이즈리스’와 남자와 여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리스’를 통해 고정된 틀과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려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인 자유를 향유했다. 네버 마인드! 그의 이번 시즌 컨셉이다. 마치 “괜찮아 너는 멋있어!”라고 취업과 경쟁에 지친 젊은 청춘들을 아우르는 듯 자신의 라벨에서 따온 ‘N’과 ‘80’들과 같은 상징적인 로고가 들어간 스포티즘은 컨템포러리 스트리트를 반영한 스포티 캐주얼의 전형으로 청춘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선보였다. 
무대 뒤에서 들리는 ‘화이팅’이라는 힘찬 구호 시작된 패션쇼는 화이트 셔츠로 시작되었다. 이어 오버 사이즈 그레이 니트와 스커트의 매치, 스포티 캐주얼 후디, 스웻 셔츠, 그리고 보헤미안 느낌을 살린 오버사이즈 코트, 앞면과 뒷면을 다른 소재로 조합한 위트 있는 패블릭 블로킹, 그리고 다양한 캐주얼적인 디테일로 인해 마치 스포티 캐주얼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것처럼 풍성한 무대였다.
코튼을 비롯해 혼방과 폴리혼방, 나일론 혼방 그리고 하이테크 소재의 발란스 역시 돋보였다. 모노톤의 블랙과 화이트를 기본 컬러로 선보였으며 여기에 스트라이프, 하우스 투스 체크 등은 브리티시 감성의 빈티지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화이트 셔츠의 변형 역시 스포티 캐주얼의 가벼움을 눌러주는 산소 같은 요소로 작용해 경계를 넘어선 그만의 젠더리스 컨셉을 적절하게 반영했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컴바이너블 컬렉션을 추구하는 그의 정체성에 맞게 무채색의 단조로운 모드와 심플한 라인이 특징은 모던 테일러링, 그리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그만의 강점으로 승화되었다.






























2016 F/W GREEDILOUS Collection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디자이너들은 소비자를 쫓아가기 보다는 소비자들이 자신을 추종하게 만든다. 바로 셀레브리티형 디자이너의 전형이다. ‘그리디어스’의 디자이너 박윤희는 오브제와 한섬, 도호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에서 재직하면서 늘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었고 다소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스타일링을 보여주며 마니아들의 자신의 세계로 포섭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 명도 욕심쟁이다.
전자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시작된 이번 시즌 ‘그리디어스’의 컨셉은 ‘본 투 스카이(Born to Sky)’로 비행기를 처음 발명한 라이트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그들의 무모한 도전이 키워드다. 쇼 시작과 함께 화려한 프린트 재킷에 화이트 팬츠를 입은 모델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그녀만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사실 ‘그리디어스’는 미래지향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스타일과 접목시켜 많은 비욘세를 비롯한 해외 셀러브리티들도 그녀의 옷 마니아다. 늘 변화무쌍한 패턴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는 강렬함은 그녀만의 데이 투 나이트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그리디어스’의 화려한 프린트와 페미닌한 실루엣을 선보인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매와 햄 라인이 플레어가 진 클래식한 롱드레스와 화려한 펑크스타일, 그리고 다양한 버전의 트위드의 사용을 통해 클래식 캐주얼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선보였다. 클래식한 트위드와 캐주얼한 바이커 재킷의 조화가 압권이었다. 여기에 어깨에 각이 진 블레이저와 타이트한 팬츠 슈트, 목둘레에 부드럽게 늘어뜨린 카울 네크라인의 블랙 드레스 등은 화려한 페미니니티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좌우가 대칭되는 비행기가 들어있는 화려한 프린트는 그녀가 모두 작업한 데칼코마니 패턴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특히 펑키한 프린트와 어쩌면 고전적인 느낌마저 드는 플레어의 조합은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익숙해지는 융복합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패션이랄까. 여기에 블랙 롱 원피스의 레이어드룩부터 스팽글 장식으로 걸음걸이마다 반짝이는 미니스커트와 터틀넥 셔츠도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었다. 자신만의 색깔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엿보이는 영리한 런웨이였다.




































2016 F/W YOUSER Collection


디자이너 이무열이 전개하는 브랜드 ‘유저’는 반대되는 개념이나 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개 또는 그 이상의 성질들 안에서 조화를 찾고, 그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다. 남성성과 여성성, 한국적인 것과 이국적인 것,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 등의 조화를 찾아 이분법적 전개 방식이 아닌 일체와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본질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다.
이번 시즌 ‘유저’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21그램>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영혼의 무게와 그 의미를 옷으로 표현했다. 옷의 무게감을 강조하기 위해 소매와 밑단의 기장감은 길고 무겁게 표현했으며, 특히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5센트 5개의 무게’, ‘허밍버드’, ‘초콜릿 바’와 같은 3가지 키워드를 다양한 기법으로 선보였다.
항상 남녀 사이즈의 구분을 없앤 오버 사이즈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에는 극대화된 오버사이즈 룩을 선보였다. 여기에 소재를 덧붙인 이중직 패브릭을 사용한 묵직하게 떨어지는 실루엣과 후디를 통해 반항적인 패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21그램’의 인생 무게처럼 옷에도 반항적인 하위 문화적 청춘을 반영해 가벼운 워킹 뒷모습에서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어쩌면 사람이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이 사람은 품은 것 같은 실루엣은 옷이 가지는 따뜻한 원초적 본질을 말하는 듯 했다.
울과 폴리에스터의 이중직과 데님, 패딩 소재가 선보였으며 블랙 & 화이트를 기본 컬러로 레드와 옐로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다. 틀에 박힌 스타일링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한 청춘의 의지는 남자의 힘으로 세상과 투쟁하듯 다소 묵직했지만, 만화적인 느낌의 스타일링, 화려한 프린트,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단어들이 들어간 아이템들로 인해 키치하면서도 위트있는 가벼움도 함께 선보였다.































2016 F/W DOZOH Collection


디자이너 조동욱이 2013년에 론칭한 브랜드 ‘도조’는 엠블램 ‘X=O’가 의미하는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는 개념 아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자율성을 강조한다. 또한 퓨처리즘을 베이스로 사물을 왜곡 변형하지만 늘 옷의 실용성을 중시하며 자율성을 강조하는 메인 정신으로 연결되는 스포티즘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시즌,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조동욱은 ‘웨스턴 사무라이’라는 컨셉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모던한 컬러인 블랙 & 화이트를 기본 베이스로 카우보이 웨스턴의 열정이 느껴지는 ‘레드’와 냉정한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표현한 ‘블루’를 조합해 뜨거움과 차가움의 변증법적 컬러 해석으로 그만의 퓨처리즘을 선보였다. 특히 ‘터널’에서 영감을 받아 옷에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 사이를 넓은 밴드나 끈을 통과시켜 직선과 X선이라는 독특한 디테일을 통해 두 대륙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동양과 서양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해체되는 모습을 통해 패턴을 변형시키거나 왜곡시킨 다소 아방가르드한 레이어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카우보이의 모던한 블랙 가죽 재킷과 화이트 셔츠블라우스, 그리고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아방가르드한 와이드 팬츠를 조합은 모던한 웨스턴과 아방가르드한 젠의 절묘한 만남이었다.
또한 블랙과 레드, 블랙과 블루의 대담한 컬러 매치와 울, 가죽, 데님, 폴리 등의 소재들이 서로 믹스되는 패브릭 블로킹은 강렬한 전사적인 느낌의 미래주의였다. 여기에 가죽 같은 느낌이 주는 코팅이 된 블랙 데님과 스팽글의 반짝임이 느껴지는 코팅된 블랙 데님 소재 활용도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미래주의가 60년대 스페이스 룩을 지나 90년대 스타워즈로 진화하듯, 그의 미래주의 역시 복고주의적 ‘백 투 더 퓨처’로 진화중이다.































2016 F/W LONDON CLOU:D Collection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자”는 윤리적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의지를 생산과 샘플을 위해 사용하고 남은 원단으로 만든 작은 파우치를 선물한 ‘런던 클라우드’의 디자이너 이수현은 이번 시즌 폴란드 천년의 예술 전에서 만난 ‘워비치의 소녀’에서 영감을 받았다. 무표정한 슬픈 얼굴의 흰 스카프를 두른 푸른 눈의 소녀가 세상을 수줍고도 용감하게 바라보는 순수함에 동화된 디자이너는 배드 걸이 아닌 순수한 소녀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런던 클라우드’는 늘 소녀적인 감성을 기본으로 상반된 가치를 보여주었다. 여러 가지 것들의 조화를 통해 예상치 못한 위트를 보여주며, 대중적이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옷 그러나 자신을 알리고 표현하고 싶은 실용적인 옷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소녀적인 감성이 물씬 풍겼다. 특히 선이 많이 들어간 실루엣과 암홀을 각지게 만든 디테일이 돋보였다. 차분하면서도 엣지 있는 느낌을 베드걸과 걸리시 룩이 주도한 컨템퍼러리 패션에서 분명 남다른 자신의 마이웨이를 외친다. 소재는 알파카와 폴리, 울 등을 주로 사용했으며 녹색과 네이비를 기본 컬러로 여기에 소녀의 눈에서 영감을 받은 핑크, 민트, 그레이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다. 풀리츠와 프릴, 스트링과 같은 디테일과 플레어 실루엣은 로맨틱한 페미니니티를 연출했으며 극단적으로 긴 소매와 마지막 부분에 선보인 파스텔 톤의 오버사이즈 코트는 순수한 소녀의 수줍음과 보호 의지를 표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디자이너는 패션 철학을 묻는 질문에 “런던클라우드는 조금만 용기를 내면 입을 수 있는 옷, 옷장에서 버리고 싶지 않은 옷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디자이너의 일방적인 외침이 아닌 소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2016 F/W BAROQUE Collection


디자이너 이도연이 전개하는 브랜드 ‘바로크’는 16세기 극도의 화려함을 추구하던 르네상스 시대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퇴폐미를 추구하던 소수를 위한 옷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모티브로 현대적인 감성을 재해석한다. 따라서 화려한 바로크 시대를 연상하고 옷을 보게 되면 다소 당혹스럽다. 하지만 화려함을 추구했던 주류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했던 젊은 청춘들의 자유를 향한 노마드적 성향은 16세기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바로크’같지 않은 ‘바로크’를 통해 컨템포러리 스트리트를 추구하고 있다.
쇼를 보기 위해 쇼 장 앞에는 블랙 옷을 입은 수도승의 줄을 지어 서있었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보통 블랙을 너무 사랑한다는 점이다. ‘패션 수녀들’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생겨났다. 패션에서 블랙은 진지함의 극치다.
이번 시즌 바로크는 런웨이에서 오직 블랙 컬러만 선보였다. 올 블랙 런웨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디테일에 눈길이 갔다. 다양한 소재 믹스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다크 웨어 행렬에 산소와 같은 존재였다. 특히 옷의 앞뒤에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유려한 곡선을 응용한 디테일은 소프트 아방가르드에 모던 감각을 추가했다. 여기에 지퍼와 사선으로 디테일을 살린 다양한 아이템은 그의 시그너처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특히 울과 가죽의 절묘한 믹스한 가공된 소재의 활용은 모노톤이 주는 적막함에 메아리와 같은 요소로 작용했다. 마치 소프트한 아방가르다가 블랙을 만나 철학을 논하는 듯 했다.
반항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이도연은 블랙만으로 쇼 케이스를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어렵다. 하지만 블랙이 주는 미묘한 느낌을 패블릭 블로킹으로 변주하는 재미 역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랙 보이 이도연의 블랙 런웨이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다는 긴 ‘터널’을 지나는 것이기에 희망의 빛이 비추었다.






























2016 F/W MUNN Collection


디자이너 한현민이 전개하는 ‘뮌’은 자신의 정체성인 ‘낯설게 하기’ 철학을 기반으로 봉제의 순서와 방법, 패턴 메이킹, 디테일, 소재 개발과 실루엣 등에서 새로운 방식을 택하고 작업을 한다. 디자이너는 쇼 노트에서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의 지각은 보통 자동적이며 습관화된 틀 속에 갇혀있다. 특히 일상적인 의복은 이런 자동화에 의해 애초의 신선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우리의 목적은 복식에서 재현의 관습적 코드들로 인해 지각이 무디어지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친숙하지 않게 만들고, 지각 과정을 더욱 곤란하고 길어지게 만드는 것이다”고 밝혔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끼니를 때우듯 습관적으로 옷을 입는다. 하지만 옷의 본질로 들어가면 옷은 철학이자 과학이다. 이번 시즌 ‘뮌’의 패션쇼를 보면서 마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인체의 신비를 보는 것처럼 옷에서 보지 못했던 날것의 본질을 목격했다. 고풍스러운 소재를 사용했지만 컨템포러리 스타일을 구석구석 집어넣어 올드하지 않은 신선함을 연출했다. 스포티즘이 연상되는 직선적인 실루엣의 슈트, 옛날 옷장에서 찾아낸 올드한 소재의 믹스, 오버사이즈가 주는 무게감, 스트라이프와 체크가 주는 고풍스러움은 날 것 느낌의 스티치와 자연스럽게 노출된 실밥, 그리고 실험적인 패턴 플레이로 옷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그레이와 카멜 같은 뉴트럴 컬러를 메인으로 옐로, 블루, 버건디, 그린, 레드 등이 포인트 컬러다.
올드하고 촌스럽지만 시간이 갈수록 따뜻함을 더해주는 그만의 클래식한 철학은 새로운 디테일, 패턴의 연구, 봉제 방법과 순서에서의 변화, 소재 개발과 실루엣 등 새로운 클래식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디자이너의 연구자적 자세는 뉴룩을 창조한 하얀 가운을 입은 크리스찬 디올의 학구적인 태도를 연상시켰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에 방점을 찍은 그의 패턴 놀이는 손맛을 아는 옷 짓는 젊은 청년의 혁신적인 독주로 들렸다.  





























2016 F/W BEOM Collection


디자이너 김범이 전개하는 ‘범’은 ` 코디네이션 어드바이스까지 겸한 최초의 컨설팅형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로 패션과 실용성을 추구한다. 그는 쇼 노트에서 “왜 패션성을 강조하면 실용성를 버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범’은 항상 고객을 생각하면서 멋지고 다양한 표정을 가진 옷을 디자인하는데 기본적인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범’의 패션은 한 가지 옷에 두 가지 표정을 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시즌, ‘범’은 한국적인 요소를 찾아 디테일로 사용했다. 지금까지 한복은 선이 아름다운  바람의 옷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남성복 시각에서 그 연결고리를 찾았다. 조각보 디테일과와 민화풍의 까치 호랑이 자수가 부분적으로 들어간 아이템들은 낯설어 보이면서도 친숙했다. 서양복식에 익숙한 우리의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양적인 실루엣에 한복에서 볼 수 있었던 동정과 옷고름의 응용은 독특함을 넘어 창조적으로 보였으며, 조각보 디테일의 후디와 니트 후디는 컨템포러리 스타일을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특히 주목을 끈 아이템은 실크 점퍼에 독수리, 호랑이, 용 등 동물 문양을 문신처럼 새겨 넣은 스카쟌이다. 원래 스키쟌은  일본 요코스카에서 근무하던 미군 병사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장인들에게 오리엔탈 자수를 놓은 점퍼를 만든 것이 유래다. 따라서 일부는 왜색으로 인식되지만 그는 이 스키쟌에 까치 호랑이와 조각보 디테일을 추가해 한국적 스타일로 변주했다. 여기에 남성복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실크와 울의 믹스와 어깨에 스팽들 장식이 들어간 벨벳 재킷은 앤드로지너스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2016 F/W UL:KIN Collection 


디자이너 이성동이 전개하고 있는 ‘얼킨’은 아티스트의 라이프 스타일과 표현방식, 전시 등의 예술 문화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진행하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다. 디자이너 이성동은 신진 작가나 미대생들이 버리는 습작에 쓰인 캔버스 천으로 가방을 만든다. ‘얼킨’의 업사이클링 제품은 예술문화를 기반으로 재탄생한다. 예술가와 대중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이성동 디자이너의 브랜드 철학이 엿보인다.
디자이너는 친구가 졸업 작품전을 준비하면서 유화가 그려진 캔버스 천을 그대로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가방을 만들었다. 이후 가공과 봉제연구를 통해 캔버스 위 그림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얼킨’ 브랜드가 2014년 2월에 런칭했다. 버려진 습작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과 모자로 만드는 지속가능 브랜드다. 특히 수익금의 20%를 재투자해 순수 예술가들에게 무료 전시회를 열어준다. 그는 “순수 미술 작업을 하는 신진작가 작품이 많이 유통되기를 바라며 미약하지만 작가 후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가방을 산 고객들 중에는 처음 유화를 만져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얼킨’이 예술 문화가 대중적으로 향유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방으로 시작된 브랜드는 처음으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컨셉은 ‘Set Fire with Magnifier’이다. 돋보기로 꾸준히 참으면서 불을 붙이는 것처럼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울 젊은 작가들에게 현정하는 무대였다. 컬러는 네이비와 아이보리 등 평소에 잘 입는 색상을 선택해 다소 화려한 캔버스로 만든 백들과 대비되면서 조화가 되도록 연출했다. 어쩌면 신인 작가들의 파인 아트 재료로 만든 가방을 부각시키기 위해 옷 스스로가 자신을 낮추었는지도 모른다. 소재 역시 니트와 데님, 울 등 내추럴한 소재를 사용해 아트 가방이 내포하고 있는 젊은 파인 아트 작가들을 응원했다. ‘얼킨’이 보여준 파인 아트와 패션이 만난 지속가능 패션의 미래는 차가운 테크닉이 아닌 따뜻한 마음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2016 F/W D-ANTIDOTE Collection


2014년 3월에 론칭한 디자이너 박환성이 전개하는 브랜드 ‘디-앤티도트’는 하이 컨템포러리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모더니즘을 사랑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지만 클래식의 가치 또한 존중한다. 이는 디-앤티도트가 모더니즘, 클래식, 실용주의라는 삼위일체를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영국 생활에서 체득한 다양한 경험과 디자인 경력을 통해 얻은 감성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베이직 아이템에 실용적 미적 가치를 접목한다.
특히 패스트 패션과 럭셔리 패션의 양극화된 시대에 어느 한쪽에만 지나치게 중독되어 있거나 혹은 각 마켓이 지닌 치명적 단점으로 인해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해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브랜드명을 해독제라는 의미의 ‘디-엔티도트’로 정했다.
이번 시즌에는 영국의 히스토리 아이콘 ‘모즈 라이더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보통 라이더스 룩이라고 하면 가죽의 연결이나 타지 않게 가공한 특수 화학 소재로 만든 레이싱 슈트가 연상되지만 디자이너는 야상을 입고 스쿠터를 타고 다녔던 60년대 모즈 라이더스의 복장에서 착안헤 요즘 스트리트에 적합한 컨템포러리 아우터웨어인 새로운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카키와 네이비를 메인 컬러로 라이트 그레이, 화이트, 블랙, 터키 블루 등을 악센트 컬러로 사용했다. 소재는 스트리트 패션에 적합한 울, 저지, 해리스 트위드 등을 사용했으며 가벼운 갱스터 느낌의 슈트는 레이어링으로 선보였다. 브랜드 ‘마이너텀(minor term)’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인 밀리터리 느낌의 배낭과 빅 백 팩도 눈길을 끌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기본으로 카고 저지와 화이트 팬츠, 저지 스웨이드 재킷, 밀리터리 필드 재킷, 슈트를 안에 입은 카티 야상 등이 돋보였으며 전체적으로 벌룬 디테일의 볼륨감을 준 것도 색달랐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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