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5-04-25

[패션 칼럼]생 로랑 패러디 소송과 ‘페이크 패션’의 문화적 의미

생 로랑의 에디 슬리만과 상표권 소유자인 LGI는 생 로랑을 패러디한 슬로건의 티셔츠 "Ain't Laurent without Yves‘를 판매한 제니퍼 헬리어를 전격 고소했다. 사건의 전말과 함께 페러디와 오마주로 대표되는 페이크 패션의 문화적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에디 슬리만이 지난 2012년 이브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브랜드 이름에서 '이브(Yves)'를 없앴을 때, 에디 슬리만이 유명한 파리 출신 레전드 디자이너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느낀 이브 생 로랑 팬들로 부터 반발이 일었다. 이러한 이슈에 영감을 받은 '이브가 없으면 로랑이 아니다(Ain't Laurent Without Yves)'라는 슬로건이 들어간 티셔츠가 콜레트와 키츠네와 같은 영향력 있는 파리 부티크에서 인기리에 팔리기 시작했다.    

 

기억력이 아주 좋은 에디 슬리만은, 더 정확하게 말해 이브 생 로랑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럭셔리 구즈 인터네셔널(Luxury Goods International)는 당시 상황을 결코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티셔츠는 예전처럼 더 이상 유행하지 않지만, LGI는 여전히 제니퍼 헬리어가 설립한 기업 왓 어바웃 이브(What About Yves)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남부 지구 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패러디 셔츠가 상표권 침해 위반, 상표 희석, 원산지 및 불공정 경쟁의 잘못된 지정 등을 주장했다.


 

LGI2013년에 ‘Ain't Laurent Without Yves’ 상표를 시도한 제니퍼 핼리어에게 꾸준하게 접촉했지만 LGI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상표와 아주 유사하는 지적을 그녀로부터 거부당했다고 주장한다(현재 LGI의 새로운 'Saint Laurent Paris' 특허 신청은 보류중이다). 2014년 초반까지 제니퍼 헬리어가 계속해서 티셔츠를 판매하는 동안 LGI의 항의 문서에 대한 답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녀가 브랜드와 연락이 되었을 때도 모든 잘못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회사 측에 ‘Ain’t Laurent Without Yves’를 판매할 것을 제안했다. 제니퍼 헬리어의 꽤 대담한 행동에 LGI는 모든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LGI피고의 상표권 침해 행위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이퍼 헬리어가 아직도 티셔츠를 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실제로 슬로건이 들어간 옷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그녀의 웹사이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비록 소송을 통해 그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로 만들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패러디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종류의 소송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Cuntier’ 티셔츠와 비니를 만든 업체는 2013년 까르띠에(Cartier)에 의해 소송에 대한 위협을 받은 적이 있으며, 모두 알다시피 에르메스(Hermes)와 다른 럭셔리 회사를 패더디한 ‘Homies’ 티셔츠 제조업체 역시 아직까지 소송을 당한 적이 없다. LGI의 소송은 샤넬과 디올과 같은 동료 럭셔리 회사가 제니퍼 헬리어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소송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패러디 티셔츠가 생 로랑을 분노하게 만든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 파리 유명 부티크 콜레트의 사라 엔델만은 티셔츠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매장이 생 로랑으로 부터 파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생 로랑은 홀세일에서 약 285,738 달러가 넘는 콜레트의 2015 스프링 오더를 전격 취소했기 때문이다.

 


카피와 패러디는 약간은 다른 문제다. ‘복제를 뜻하는 카피는 창의성이 미덕인 패션계에서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패러디는 오리지널을 약간 비튼 일종의 B급 문화다. 아울러 패러디가 나온다는 사실은 그만큼 오리지널 제품의 인지도가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짝퉁이나 카피의 경우는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문화적인 의미가 담신 패러디의 경우는 애교가 들어간 키치 문화로 보는 것이 어떨까.

 

21세기 들어 유명 브랜드를 오마주(Hommage)하거나 패러디(Parody)한 페이크 패션(Fake Fashion)은 젊은 세대를 통해 포스트 모더니즘적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오마주와 패러디는 미국 힙합 가수들과 여 배우들의 사회 비판과 풍자의 수단으로 입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패션의 사회상이나 사회 변화의 또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유명 브랜드를 패러디하는 페이크 패션은 물질 만능주의 세태를 풍자하는 일종의 문화다. 패러디는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살짝 비틀어 우스꽝스럽게 바꾼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힙합가수 에이셉 라키(ASAP Rocky)꼼 데 퍽 다운(Comme des Fuckdown)’을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발 진정해라는 뜻의 꼼 데 퍽 다운은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풍자하였고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리지널 브랜드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보다 더 큰 화제가 되었다. 이외에 샤넬(Chanel)’을 패러디한 채널(Channel)’, ‘발망(Balmain)’을 패더디한 발린(Ballin)’,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패더디한 발린시아가 할렘(Ballenciaga Harlem)’, ‘셀린느(Celine)’를 패러디한 셀린 디온(Celine Dion)’펠린(FELINE)’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패러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먼저 패션 아이콘인 가수 지드래곤이 꼼 데 퍽 다운을 입기 시작하면서 페이크 패션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지드래곤은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Givenchy)’에 자신의 본명인 지용을 결합해 지용시(Giyongchy)’라는 패러디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 에르메스(Hermes)를 패더디한 호미스(Homies)도 씨엘이 입어 국내에서 유명해졌고 박재범 또한 샤넬(Chanel)’을 퍼러디한 채널(Channel)’를 착용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더디를 이용한 페이크 패션과 달리 오마주(Hommage)를 이용한 페이크 패션도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오마주란 존경이나 경의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주로 영화에서 어떤 장면을 차용함으로써 그 영화나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패션에 적용되어 유명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유명 브랜드 이름을 이용해 페이크 패션으로 변주하는 것이다. 알렉산더 왕이나 마틴 마지엘라와 같은 유명 브랜드 외에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와 같은 팝 아티스트들의 이름도 오마주로 이용된다. 보통 이름을 먼저 쓰고 그 아래에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의 출생년도를 숫자로 표시해 새로운 느낌의 스포티즘 유니폼으로 변주된다.

 

물론 페이크 패션에 대해 상표권 침해라는 일부 비난이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패러디와 오마주 상품들은 기성 문화와 세대들에게 반항하는 젊은 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뭐 엄마가 좋아하는 명품을 모방했지만 저렴한 가격과 반항적인 매력으로 새로운 패션 카워드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품이라 불리는 유명 브랜드도 그에 걸 맞는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페이크 패션 역시 위트 있는 포스트모던 패션의 민낯이 아닐까 한다.

 

결론적으로 짝퉁 명품처럼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만든 가짜가 아니라 대놓고 가짜를 만들고 나서 나 멋지지?”라고 위트 있는 풍자를 날리는 패러디는 페이크 패션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 로랑의 소송은 너무 과민한 반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패러디의 본질은 적대적인 짝퉁이 아닌 사회 현상을 비꼬는 B급 패션문화의 표현 양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에디 슬리만에게 묻고 싶다. “에디 슬리만 씨. 아직도 사람들이 그 티셔츠를 많이 구매하고 있나요?”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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